그 후, 새해를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날들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했습니다.

지난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보내고 10시가 지나 가게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사내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주인 여자는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 무늬의 반코트를 본 순간, 일년 전 섣달 그믐날 문 닫기 직전에 와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갔던 그 손님들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여자는 그 날처럼 조심스럽고 예의바르게 말했습니다.

“저…… 우동…… 1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주인 여자는 작년과 같이 2번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 우동 1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역시 세 사람을 알아 본 주인 아저씨는 밖을 향하여 크게 외쳤습니다.

“네엣! 우동 1인분!”

그러고 나서 막 꺼버린 가스레인지에 불을 붙였습니다.

물을 끓이고 있는데 주인 여자가 주방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속삭였습니다.

 

“저 여보, 그냥 공짜로 3인분의 우동을 만들어 줍시다.”

그 말에 남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안돼요. 그렇게 하면 도리어 부담스러워서 다신 우리 집에 오지 못할 거요.”

그러면서 남편은 지난해처럼 둥근 우동 하나 반을 넣어 삶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매일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인정도 없으려니 했는데 이렇게 좋은 면이 있었구려.”

남편은 들은 척도 않고 입을 다문 채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아 세 사람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식탁 위에 놓인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싸고 도란도란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주방 안의 두 부부에게 들려왔습니다.

“아…… 맛있어요……”

동생이 우동 가락을 우물거리고 씹으며 말했습니다.

“올해에도 이 가게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동생의 먹는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보던 형이 말했습니다.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머니는 순식간에 비워진 우동 그릇과 대견스러운 두 아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번에도, 우동값을 내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주인 내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 말은, 그날 내내 수십 번도 더 되풀이한 인사였지만 주인 내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크고 따뜻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