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杯のかけそば(우동 한그릇) 5

“우리 아빠는 운전을 하다 교통 사고를 내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데 피해자들 모두에게 보상을 해주기 위해선 보험금으로도 부족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의 고생은 시작되었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고, 형은 날마다 조간과 석간 신문을 배달해서 돈을 벌었다.

아직 어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엄마와 형은 나에게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나는 저녁이면 시장을 봐서 밥을 해놓는 일을 했다. 내가 해 놓은 밥을 엄마와 형이 맛있게 먹는 걸 볼 때 나는 행복하다.

나도 우리 식구를 위해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절약하는 생활을 했다.

엄마의 겨울 코트는 아주 오래 되어 낡고 해어졌지만 해마다 꿰매어 입으셔야 했다.

그러던 중에 재작년 12월 31일 밤에 우리 가족은 우연히 한 우동 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우동 국물의 냄새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의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는 우리에게 우동을 사 주시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이 반갑고 고마웠지만 우리 형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가게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형과 나는 망설이다가 딱 한 그릇만 시켜서 셋이서 같이 먹자고 엄마한테 말했다.

한 그릇이라도 우리에게 우동을 먹이고 싶었던 엄마와, 우동 국물 냄새에 마음이 끌린 우리 형제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 닫을 시간에 들어와 우동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는 우리가 귀찮을 텐데도 주인 내외는 친절하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주인 내외는 양도 많고 따뜻한 우동을 우리에게 내놓았다.

그러고나서는 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큰소리로 말해 주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그 후 일 년이 지난 작년 섣달 그믐날에도 그 우동 가게를 찾아갔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우동은 한 그릇밖에 시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날도 마찬가지로 주인 내외는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에게 우동을 대접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인사도 여전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힘들어 보이는 손님에게 ‘힘내세요! 행복하세요!’ 하는 말 대신 그 마음을 진심으로 담고 있는 ‘고맙습니다!’ 하고 말해줄 수 있는 일본 최고의 우동 가게 주인이 되겠다고.”

6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