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저문날”

** 시 / 장 숙영 님 **

해 다 저문날

올 사람 없는 빈터에

어지러운 발자국을 찍으며

늦도록 서성대다가

별에게 흉 잡힌 그냥 기다림이 멋적어

발을 돌린다

조르르 따라붙은 염치없는 잎들

바스라지는 낮은소리가

더듬이를 한껏 세운 귓가에

슬픈음계로 떨어지는 저녁

내일 또 마주할 사람에게

잘가란 인삿말에도

가슴 식어내리는 가을 깊은 날에는

나무 가지들 사이 스치는 바람 소리가

뒷모습 외롭던 사람 닮았다

가을을 핑계로 한 번쯤 무작정

길을 떠날 작정이였던 결심이

무너져가는 안스러운 사람을 위해

저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와 준

가을 짧은 하루볕을 털어낸 퇴근길에서

편지함속을 더듬다 빈손짓 남기고

돌아서 오는 걸음 끝..

낙엽이라도 한웅큼 들고올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