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남성성가대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제 추석도 지나고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입니다. 봄이 왔다고 따스한 햇볕에 가슴이 포근해 하던 생각이 엊그제 같은데 또 이렇게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이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우리 모두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고 풍성한 은혜를 체험하는 시간들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사실 제가 지휘자로서 바라는 것중 하나는  남성 성가대 홈피의 활성화인데요, 아무래도 우리 삶이 녹녹치 않으니 이곳에 와서 여유를 느낄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서운한 생각도 조금은 있습니다.

제가 음악잡지<음악춘추>에 올리는 글중에서 <음악시평>란이 있는데 그 코너에 올리는 글이 우리 성가대 활동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함께 우리사회의 음악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매월 여기에 올려볼까 합니다. 아래 글은 지난 9월호에 실린 것인데 한번 읽어보시고  시간되시면 댓글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제목 : 옵..오..오..오빤 강남스타일! vs 삑, 그대의 찬 손!

-대중음악의 기획태도에서 본받을 점을 발견하라.-

송진범 Ph.D(한국음악협회부회장)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9월 15~16일 주말에 발표된 미국 ‘아이튠즈’의 음원과 뮤직비디오 차트에 ‘강남스타일’이 1위로 등재되면서 싸이는 대중가수로서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 음원차트 순위라는 것은 미국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자들이 온라인 매장에서 보통 1~2달러에 다운 받는 횟수를 바탕으로 기록되는 것으로 그의 성공은 우리나라 대중 음악가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을 만하다. 싸이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의상, 어정쩡한 말춤과 가사의 은어들은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근엄함을 내세우는 가식적인 사회체제와 조직의 경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통쾌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다른 요인은 12개의 장면을 10~20초 장면으로 쪼개어 구성하고, 상식을 벗어나는 코믹한 연기와 역동적인 춤을 추는 다양한 계층의 젊은이들이 등장하는 글로벌한 공감대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강남의 부유한 계층과 그들을 동경하고 스스로 계층상승을 통한 대리만족을 일삼는 부류에 대한 일종의 ‘가역적 자기비하(可逆的 自己卑下)’ 의 심리상태에 이른다.

이들은 자신이 전 국민의 부(富)중 7.1%를 소유한 강남의 부유층으로 모든 자본주의적 자유와 이득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적 모럴이나 대중적 현실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도 있는 계층이다. 따라서 그들은 언제든지 소수 강남 엘리트들의 센스를 소유하면서, 한편으로 서민 대중의 취향과 고달픈 삶을 음악으로 그려낼 수 있는 이중적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행동패턴은 언제든 자기를 비하하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우스꽝스런 행동과 화음, 세련되고 고전적인 역동성, 그리고 음형의 파격성으로 까지 되돌릴 수 있는 음악의 가역성을 숨기지 않는다.

그 감춰진 멀티플인격성에 대한 환호와 공감이 순진한 대중들의 취향과 단순성에 불을 지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의도하였건 또는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대중음악가 싸이의 고도로 축약된 음악적 재능에서 기인될 수 있는 놀라움이며 한국인으로서 갖는 자긍심의 표출이다. 그는 미국 NBC ‘엘런 드제너러스 쇼’ 와 ‘투데이 쇼’등에서 출연하여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 만세!”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에 진행자가 의아해 하면서 그게 무슨 뜻이냐고 하니까 “대한민국이 최고” 라고 말했다. 이는 얼마 전 김기덕 영화감독이 프랑스 독립영화작품상 수상식에서 소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아리랑”을 열창했다는 행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인으로서 흔히 가질 수 있는 민족적 ‘자긍심’과 가난한 나라로써 겪은 “한(恨)” 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 9월 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는 오페라 ‘라보엠’이  정명훈의 지휘와 서울시향의 반주로 공연됐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비토리오 그리골리’등이 참여했다. 정말 환상적인 기획이 아닐 수 없다. 한여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오케스트라의 탄탄하고 꽉 찬 음향 속에서 펼쳐지는 오페라감상은 충분히 낭만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획이 가져올 수 있는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매우 간과되었던 것 같다. 서울시향의 기획의도와 현실적 요구를 위한 다양한 변신이라는 욕구는 충족되었을지 모르지만 고전음악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가치, 즉 음향과 극적 완성도에 대한 스탭 간의 상호작용은 실패한 것 같다. 고도로 전문화된 기획과 프로 근성을 가진 연주가의 음악적 완성, 음향전문가에 의해 치밀하게 계산된 무대장치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을 때 야외무대에서의 오페라가 성공할 수 있음을 서울시향은 간과했던 것이다.  

2년 전 필자는 학회참석차 이탈리아 베로나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 예술의 도시 베로나에서 마침 오페라 ‘토스카’를 어렵게 감상할 수 있었다. 몰려든 관광객들이 오후 3시경부터 티켓을 사고 주변에서 쇼핑을 하면서 기다리더니 6시가 되자 입장을 시작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밤9시가 되어서야 오페라는 시작되었다.

고대 원형경기장을 노천극장으로 개조하여 2만 여명이라는 엄청난 청중을 입장시키는 것을 보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예술적 기획능력과 무대장치기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잠실 야구장만한 야외 공연장은 고대 로마의 건축양식의 웅대함과 관객모두에게 지급되는 촛불, 무대주변의 수직 암벽을 통한 음향의 반사, 경기장 스탠드의 음향판 효과, 그라운드에 펼쳐진 수 천 개의 좌석,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세밀하고 환상적인 음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더구나 3막에서 등장하는 ‘카바라도씨’의 아리아 ‘저 별은 빛나건만..’에서 하늘에 그대로 떠있는 별들과 아리아의 완벽한 조화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볼로냐에서 공연된 오페라 “토스카”의 공연과 서울시향의 연세대 노천극장에서의 오페라 ‘라보엠’의 공연은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가 1막에서 아리아 ‘그대의 찬손’을 부르는 도중 엠프의 조작미숙으로 ‘삐익’소리를 내면서 서울시향의 아마추어리즘 음향기술을 드러내 보인 점, 성악가에게 마이크를 사용한 것은 야외라는 특성을 염두에 두고 제공된 연출임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안이한 자세였다. 성악가의 음량이 청중을 압도할 수 없을 정도라면 이에 대한 대책을 현대적 음향기술을 동원하기보다 무대의 음향 판이나 청중석의 음향 반사판을 과학적으로 설치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고전음악이 갖는 한계이기 전에 고전음악의 현대화라는 또 다른 도전을 현실화시켜나가는 열정에서 필요하다. 그럼에도 단순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항상 이번 연주와 같은 실수를 대동하게 되어있다. 또 하나 문제로 제기되는 것은 서울시향의 입장료 고가정책이다. 새로운 시장의 취임과 동시에 그들의 공연에 대한 철학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소위 골목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야외음악회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공연의 공통점은 서민들에게 쉽게 다가가서 고급음악을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제공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이날 공연한 ‘라보엠’의 경우 7천여 명의 청중석을 채워 이틀 동안 연주했는데 최고 입장료가 57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대단한 가격이다. 2년 전 볼로냐에서 들었던 ‘토스카’ 공연을 5만 여원에 볼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서민에게 가까이 가려는 서울시의 의도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서울시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세계최고의 교향악단으로 성장해가겠다는 예술 감독 정명훈의 의도가 저돌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세계최고의 음악이 대한민국 서울시민의 사랑과 관심영역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외부적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세계적 교향악단을 지향한다는 명목 하에 예술음악의 편협된 인식만을 확산케 하는 퇴행적 시도가 될 수밖에 없다.

연간 170억 원의 시 예산을 소비하는 시민의 교향악단이 보다 소탈하고 편안하게 그러나 전문적이고  고급한 음악으로 그들의 귀에 접근할 수 있는 창의적 기획능력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는 싸이가 불과 한 달 만에 세계적 가수가 되고 그의 음악이 어느 나라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즐겁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으로 태어 날 수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 예술음악의 진앙지인 서울시향도 보다 서민적이고 폭넓은 예술음악 애호가 층을 확보해갈 수 있는 획기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