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지난 5월에는 이 시리즈를 올리지 못했네요. 사실 시온성가대 홈피에도 고대음악부터 시작하여 연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음악춘추>라는 음악전문잡지에 기고하고 있답니다. 다행히 편집진으로부터 독자들의 반응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있습니다.

오늘은 지난시간에 이어 17세기 교회음악의 발달과정과 당시 기악음악의 변화과정을 함께 알아볼까합니다.

1.17세기의 교회와 사회

지난시간에 이야기 한 내용중 요점을 간추린다면, 16세기의 유럽시민들은 종교의 권위와 가르침에 의문을 품으며 인간의 이성과 자연의 법칙을 더 믿고 이를 삶의 중요한 원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죠. 그 이유야 어떠했던간에 교회의 권위와 원리들이 매우 위협받는 시대가 온것은 종교지도자들에게는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교회의 권위가 이렇게 추락하게된 배경에는 지도자들의 부패와 부정에 대한 안이한  생각들이 한몫을 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죠. 16세기말 부터 17세기의 교회음악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세속적인 음악요소들이 교회음악에 물들게 됩니다. 그러니까 극히 보수적인 교회내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보수와 진보의 색깔이 교회음악속에 함께 공존하고있다는 것이 특이한 사실이죠.

이러한 세속적음악요소가 교회음악에 접목되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성가의 대규모적인 연주형태를 들수 있습니다.  지난 88년 올림픽때 5천명의 합창단이 노래를 불러 뉴스가 됐던 적이 있었죠? 물론 그런 대규모적인 합창은 오늘날과 같이 전기의 힘을 빌릴수 있기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17세기 당시의 실력으로 더구나 교회안에서 불려지는 성가의 수는 아무리 크게 늘려도 80~100명 수준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는 복 8성부 음악이었으며, 보통 한개의 성가대가 24명이고, 8성부면 48명, 복 8성부면 96명정도 되는거죠. 당시로서는 대단한 규모가 아닐수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당시에도 오늘날 당연시되는 스테레오(입체음향) 효과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즉 성가대를 예배당 여러곳에 배치하고 지휘자가 통합적으로 지휘를 했으니 그 입체적 효과는 대단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유럽의 교회들을 보셔서 알겠지만 그 웅장함과 대리석을 이용한 조각상이나 그림이나 제단들이 음향적으로는 묘한 반향을 만들어 내기때문에 정말 신비로운 성가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유럽에 살때 몇차례 성가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7층 정도의 높은 곳에 아주 작은 방이있고 한쪽에는 벽이 뚧려있는데 그 아래를 내려다 보니 까마득한 높이의 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소년 성가대원들이 노래를 한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까마득히 높은 교회 돔(Dom)에서 어린 소년 성가대원들이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곧 천사의 음성 그자체였죠.일반 신자들은 높은 돔을 돌아 내려오는 소년들의 미성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천국에서 들리는 찬양처럼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인 성가대원들은 사제석 맞은편에 두 방향으로 나누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찬양도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 내더군요. 이들 성가대는 교회 내부 곳곳에서 ‘대창(對唱 : 2개이상의 성가대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는 형식)’을 부르든가, 교대로 노래를 한다든가 하여 신자들은 마치 아름다운 찬양속에 파뭍혀 있는듯한 황홀감에 싸여있다고 볼 수 있답니다.

2.오라토리오의 태동

17세기에 시작된 오라토리오는 처음에 교회안에서 연주된 일종의 ‘윤리극’ 정도로 만들어 지게되었습니다. 특히 성서의 내용을 인간의 윤리적 도덕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를 강조하기위한 시도로  만들어 졌습니다.그래서 성서의 내용중에 하나님과 그 제자들의 가르침을 삶의 방편으로 삼아 극의 형식을 빌어 ‘오라토리오(Oratorio)’라는 명칭을 붙히게 됩니다. 이 오라토리오는 테스토(Testo)라는 해설자가 있어 이 성가의 내용을 보다 세밀하게 전달하게 되는데요, 우리 남성성가대가 작년에 부활절 칸타타를 공연할때 강집사님과 여집사님이 함께 해설해 주신 형식과 같은것 입니다.

17세기 이 오라토리오의 탄생은  그 이전까지 고집스럽게 지켜온 교회 성가의 틀을  어느정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데 큰 변화가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교회는 성가대원들만의 찬양이 아니라 일반 신자도 예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음악적 행사가 예배음악이외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오라토리오는 예배중에는 연주할 수가 없었고 예배를 마친후  종교행사의 일환으로 연주되었다는것도 오늘날 연주방식과 매우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음악을 작곡했던 음악가로서는 하인리히 쉿츠라는 분이 있는데요, 사실 근대 작곡가중 바흐나 헨델에 버금가는 훌륭한 음악가였죠. 이분의 찬송은 3백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 찬송가에 실려있고, 또 불려지고 있습니다.

3.기악음악

17세기의 기악음악은 사실상 오늘날 우리가 고전음악이라고 하는 형태의 음악이 모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연주형태가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그 연주형태를 모두 열거하는것은 별 의미가 없을듯하여 우리가 흔히 들어본 몇가지 예만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소나타를 들 수 있습니다. 소나타는 현대자동차가 오랫동안 그 이름으로 재미를 본 이름인데요, 사실 그 본래의 의미보다 자동차의 의미로 변질된것이 좀 아쉽습니다. 그것도 소(牛)나 타는 자동차니, 소가 끄는 자동차니 하면서 폄하되는것도 이상하지요.

17세기에 만들어진 소나타는 그 이후 오늘날까지 300년이 넘도록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형식으로 음악의 내용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는 음악입니다. 다시말하면 소나타는 소나타형식으로 만들어진 음악의 이름입니다. 소나타형식은 사실 소나타와는 별개입니다. 그 형식을 말하자면 좀 복잡하지만 우리가 중학교 음악시간에 배운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가 들어있는 하나의 음악형식인데요, 소나타는 이러한 형식으로 만들어진 음악을 말하고, 교향곡은 이러한 형식을 가진 독립된 음악이 여러개의 악장(樂章)에 포함되어있는 음악을 말하지요.  

아뭏든 이당시 소나타는 바이올린이나 클라브생 같이 특정악기를 위한 음악인데요, 그 악기의 독특한 연주기술이나 음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기교적으로 고난도의 어렵고 아름다운 주법을 구사하고 있답니다. 오늘날 이 소타타의 의미는 물론 주로 19세기적인 음악이지만, 피아노의 반주에 맞춰  독주악기(바이올린, 트럼펫, 첼로, 오보에, 클라리넷,…)가 함께 연주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또 이당시 만들어진 음악형태중에 칸쪼나라는 것이 있습니다. 칸쪼나,하면 이태리 민요로서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흔히 연인을 그리워하는 세속적인 가사로 되어있지요. 이당시 칸쪼나는 매우 선율이 발랄하고 리드미컬한 노래로서 프랑스의 샹송을 모방하여 만들어집니다. 멜로디는 서로 다른 주제들을  푸가 (Fugue ; 멜로디가 모방되어 이어가기형식으로  만들어진 음악) 형식으로 만들어 집니다. 우리가 중학교 다닐때 부르던 돌림노래도 이와 비슷한 형식입니다.

그외에 ‘모음곡’이라는 형식도 있는데요, 글자 그대로 원래는 춤을 추기위한 음악으로 여러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개의 악장으로된 3박자 계통의 음악을 말합니다. 오늘날에는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연주회를 위한 모음곡으로 발전시켰는데요,  바흐나 모차르트 같은 음악가들이 주로 많이 작곡했습니다.  아뭏든  여러분이 아실만한 형식을 소개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들 형식이 오늘날까지 음악의 중요한 형식으로 남아 우리를 즐겁게 행복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시간부터는 18세기 전반에 걸친 음악적 분위기를 알아보고 우리가 잘 아는 비발디나 바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