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근성

이 재 철

당신이 없으면, 누가
내 등 뒤에 파스를 붙여줄까요?
피곤해 잠시 등을 붙인 내 다리를 주무르면서
그녀는 내게 말했습니다.
잠결에 잘못 들었을까요?

어느 날인가, 그녀는 다시
내 다리를 주무르면서 말했습니다.
사람은 노예근성이 있나 봐요.
당신이 누운 것만 보면 저절로 손이가고
나도 모르게 주무르게 되요.

아, 이 무겁고 사나운 단어가
이토록 아름답게 들릴 수 있을까요?

내가 해준 일은 귀찮은 듯 붙여준 파스 몇 장인데
그녀는 마음 속 깊이 나를 사랑하고 있었네요.
한 가지라도 나를 위하는 일을 사랑으로 손길하면서

돌이켜보니 노예근성은 저에게 있었어요.
저는 그 사람의 손길 없이는
하루도 편안히 쉴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오늘은 파스 안 붙여?
삶의 고단함을
한 두 장의 파스로 견디어내는 착한사람.
파스 몇 장 붙여준 것도 사랑이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

오늘도 나는 파스 두 장 붙인
그 사람의 등에 입맞춤하고
잠이 듭니다.

(2013.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