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이 재 철

내가 색소폰 길거리 연주를 듣는 곳은 두 곳입니다.

한 곳은 잠실대교 밑 공터이고 한 곳은 군자역 3번 출구 앞 길거리입니다.

잠실대교 밑에선 동호회 회원들이 교대로 트로트 연주를 하고
군자역에서는 집사님인 듯한 두 분이 복음성가를 연주합니다.

저는 물론 트로트 쪽의 왕 팬입니다.
아십니까? 한 여름 밤 조용필이 한강변에서 콘서트 하는 것을
모르시지요. 송창식도 나오는데

봄에는 할 수 없이 군자역에 갑니다.
여름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이지요.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

잘 아는 곡들이 나옵니다.
지나가면서 듣기는 해도 저는 연주자의 표정을 봅니다.

잠실이든 군자든 연주자들의 얼굴엔 그 사람의 삶이 배어나옵니다.
그리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살아온 이야기가 묻어나옵니다.

힘들었습니다 라고 말 하진 않아도
회한의 그림자를 애써 감추고 싶어 해도
허공에 그려진 오선지 위에
많은 콩나물들과 콩 싹들이 그 모든 얘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다릅니다.
군자에선 나도 모르는 깊은 마음의 평화를
잠실에선 내 나이에 얻을 수 없는 신바람을 얻어갑니다.
잠깐이지만요.

(2013.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