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자(Interpreter)는 직접 크리스천의 손을 이끌고 어떤 매우 넓은 객실로 데려갔는데 그곳은 여태껏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서 온통 먼지투성이 었다. 해석자는 잠시 동안 그곳을 들러보더니 하인을 불러 청소를 하라고 시켰다. 그래서 하인이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을 때 어찌나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지 크리스천은 거의 질식할 정도였다. 그러자 해석자는 옆에 있던 한 소녀에게 ‘물을 이리로 가져다가 뿌려보아라’ 하고 일렀다. 그 소녀가 물을 뿌렸을 때 먼지는 가라앉아서 마침내 방은 말끔히 청소되었다.
크리스천 :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합니까?.’
해석자 : 이 객실은 복음(Gospel)의 달콤한 은혜로 성화된 일이 한 번도 없는 인간의 마음입니다. 먼지는 인간의 원죄를 의미하며 또 모든 인간을 이렇게 만드는 내면의 부패를 의미합니다. 처음 이 방을 쓸기 시작한 사람은 율법(Law)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물을 갖다 뿌려준 아가씨는 복음입니다. 당신도 잘 보셨다시피 처음에 율법이 방을 쓸기 시작하자 먼지가 일어나 온방을 채웠기 때문에 방이 깨끗해지기는커녕 더 더러워지고 당신은 거의 질식해 버릴 지경이었지요. 이는 율법이라는 것이 죄를 발견하고 금지시키기는 하지만 아예 죄를 뿌리 뽑지는 못하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청소하려 들다가는 오히려 영혼의 죄를 소생시키고 힘을 돋우어 더 증가하게 만들뿐이라는 것을 당신에게 보여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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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속에서 해석자가 크리스천의 손을 잡고 어떤 작은 방으로 인도해 가는 것을 보았다. 그 곳에는 두 소년이 각기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그 중 나이 많은 소년의 이름은 욕망이고 나이 어린 소년의 이름은 인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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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자 ‘ 이 두 소년들은 상징적인 인물들입니다. 욕망은 현세의 인간들을 상징하고 인내는 내세의 인간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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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 여러 가지 이유로 인내가 가장 훌륭한 지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지금 깨달았습니다. 첫째로 가장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해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지혜로우며, 둘째로 욕망이 누더기 밖에는 남은 게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영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니까요.
해석자 : 아니, 또 하나의 이유가 더 있습니다. 즉 다가올 세상의 영광은 영원불멸의 것이지만 현세의 허황한 영광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욕망이 이 세상에서 좋은 것들을 먼저 가졌다고 해서 인내를 비웃을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나중에 좋은 것들을 차지하게 되는 인내가 욕망을 비웃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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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 이제 저는 눈앞에 보이는 이승의 것들을 탐내는 것보다는 다가올 세상의 복락을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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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자 : 이 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넣어준 은총을 보전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은총의 기름을 부어주고 계신 것입니다. 이렇게 하심으로서 마귀가 아무리 은총을 없애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날뛰어도 인간의 영혼은 변함없이 자비로우신 은총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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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 그 전에는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인정해 주는 훌륭한 신사였고 박식한 사람이었지요. 그 당시만 해도 틀림없이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믿고(눅8:13) 자신하면서 그러한 생각을 할 때 마다 기뻐하곤 했지요.
크리스천 : 그런데 지금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다는 말씀입니까?  
그 남자 : 이제는 절망의 인간이 되어 버린 채 이 쇠창살 감방 안에 갇힌 후 난 아무데도 나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 이젠 나갈 수가 없어요!
크리스천 :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소?
그 남자 : 항상 깨어 근신하지 못하자(살전 5:6) 세상적 정욕이 내 목을 얽매었고 나는 마침내 말씀의 빛과 하나님의 선하심에 거역하는 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성령을 거스르고 슬프게 하였기 때문에 성령이 내게서 떠나가 버렸고 마귀의 유혹에 빠져 마귀가 내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내가 늘 하나님을 거역하고 노엽게 하였으므로 하나님께서는 마침내 나를 떠나가셨고 이미 내 마음이 너무나 굳어져 있었기 때문에 나는 회개할 수도 없게 되고 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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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 무엇 때문이냐 구요?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고, 더군다나 가장 무섭고 놀라왔던 것은 천사들이 몇몇 믿음이 훌륭한 자들을 구름 위로 끌어 올렸을 때  나는 그냥 뒤에 남아 있었던 광경이었습니다.
또한 불길을 내뿜는 무시무시한 지옥의 입구가 바로 내 옆에 놓여 있었습니다. 나의 양심도 역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구름위에 앉아있던 재판장은 몹시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두려움에 질려 몸을 숨기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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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나는 꿈속에서 크리스천이 올라가고자 하는 길 양쪽에 높은 울타리가 둘려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울타리의 이름은 구원(Salvation)이었다. (사26:1)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크리스천은 이 길을 달려 올라가는 동안 무척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쉬지 않고 계속 뛰어가서 마침내 한 언덕바지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곳에는 십자가(Cross)가 서 있었고 조금 떨어진 아래 부분에는 무덤(Sepulchre)이 입을 딱 벌린 채 놓여 있었다. 크리스천이 십자가 위로 막 올라가려는 순간 그의 어께로부터 짐이 풀어져 등에서 벗겨지더니 계속 미끄러져 내려와 마침내 무덤의 입구에서 그 속으로 굴러 떨어져 다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것을 본 크리스천은 무거운 짐을 벗어버린 홀가분함과 즐거움에 넘치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주께서 괴로움을 당함으로 내게 평안을 주셨고 주께서 목숨을 버리사 내게 영생을 주셨나이다.’

지금까지 난 무거운 죄의 짐을 지고 다녔다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내 슬픔과 고통의 짐을 벗지 못하였는데
아! 이곳은 얼마나 좋은 장소인가!
여기서부터 내 행복은 시작 되려나?
여기서부터 내 등의 무거운 짐은 벗어 던지려나?
여기서부터 나를 묶어 놓았던 고통의 사슬이 끊어지려나?
축복받은 십자가여! 축복받은 무덤이여!
날 위해 수치를 받으신 그 분을 찬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