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하나님의 일하심

(1) 이렇게 복잡한 설명을 하면 우리의 죄성은 금방 이런 질문을 떠올린다. 하나님은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일하실까? 승리하게 하시고 성공하게 하셔서 영광을 받으시면 서로 좋은 것 아닌가?

(2) 그 답을 위해 시편8편 1∼5절을 읽어보자.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천사보다 조금 못하게 만드셨다고 한다. 왜 그렇게 하셨을까? 이 이해를 돕는 좋은 예가 있다. 세잔느는 자기 부인을 매우 사랑했었다. 그래서 부인에 대한 여러 편의 초상화를 남겼는데 이상한 것은 이 초상화가 전부 미완성이거나 매우 어색한 모습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짚어낸다. 세잔느는 자신의 손에서 나오는 기술로는 자신의 부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세잔느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그 아름다움의 완성을 미완성으로 남겨 초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맡긴 것이다.

하나님께서도 피조물 중 가장 사랑하는 인간을 천사보다 조금 못하게 하셨지만 그 부족한 부분에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고 그 부족한 인간에게 천하 만물을 다스리게 하셨다. 인간보다 더 나은 피조물인 천사에게가 아니고 말이다.

(3)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과 인간과의 사이에서 잘하면 보상하겠다 라는 관계만 있는 하나님이 아니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용서와 관용과 이해와 웃음이 있을 것을 원하신다.

(4) 뿐만 아니라 자연의 위대함을 통해서도 우리는 하나님을 깨닫는다. 자연은 항상 침묵하며 호, 불호에 상관없이 자신의 존재를 지켜나간다. 이렇게 흔들림 없는 자연을 볼 때 우리는 그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의 성실하심과 깊음과 위대하심을 알게 되며 우리의 반역을 넘어서는 관대하심도 알게 된다.

라. 우리는 누구인가?

(1) 우리가 온 천하를 다스리도록 지음 받았다면 대지는 우리의 품이며 하늘은 우리의 꿈이다. 이 천하의 주인으로서 명예와 긍지가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2) 우리는 세상을 살 때 우리 자신에게 영웅적인 모습이 없으면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나를 푸대접하실까 라고 하나님을 원망한다. 그러나 그 원망은 정말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데서 나온다. 시편 8편에서 보여주는 두 구절 즉, 어린아이와 젖먹이로 하나님의 권능을 세우신다 라는 문장과 우리를 천사보다 조금 못하게 하셨다는 문장은 병행법으로 쓰여진 것으로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이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성경의 일화가 바로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다.

골리앗을 쓰러뜨리실 때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저 정도 이기는 데는 이 아이(다윗)면 족하다.

(3)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시는가를 알지 못한다. 욥기 7장에서 욥은 하나님에게 자신을 그만 내버려 두라고 호소한다. 무엇을 자신에게 더 요구할 것이 있단 말입니까? 라고 대드는 것이다.

욥 : 하나님, 뭘 더 원하세요?

하나님 : 나는 더 원한다.

욥 : 쉽게 가시지요.

하나님 : 쉽게 못 간다. 그럴 거면 내 아들을 세상에 안 보냈다.

우리는 곧잘 죽어버릴 거예요 라고 하나님께 불경을 범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때마다 넘치는 사랑으로 너는 내가 목표한 정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죽을 수도 없다 라고 말씀하신다.

마. 모세의 기도

(1) 모세의 기도 앞부분은 이렇게 정리된다.

첫째, 하나님 이 아무 것도 아닌 인생들을 위해 그 많은 기적을 베푸셨습니까?

둘째, 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얼마나 굉장한 존재인가요? 제가 그 안에 있었습니다.

셋째,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과 의지의 목적물입니다.

(2) 모세의 기도가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갈6:1∼3)

첫째, 누구를 바로 잡으라는 것은 누구를 고쳐주라 가 아니고 회복시켜주고 얼싸안고 기다려 주라는 것이다.

둘째, 짐을 나누어지라는 것은 모세의 반어법과 같은 의미로 풀어야 한다. 즉, 우리는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얽혀진 이웃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그래서 우리는 이웃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묶인 사람들과 짐을 나누어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셋째,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한다는 것은, 난 안 틀렸어, 내가 안 그랬어 라는 핑계를 대는 사람들에 대한 지적이다. 이렇게 부정과 부패가 만연한 이 나라에 나는 왜 태어났을까? 라는 한탄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생각이다. 이들에게는 모세의 고백이 필요하다.

하나님 저는 이 못난 백성 중의 한 사람일 뿐입니다.

4. 결어

(1) 모세는 시편 90편 끝부분인 13절이하 17절까지에서 갑자기 하나님께 강력히 손을 벌리는 기도를 올린다. 모세는 먼저 하나님께 긍휼을 구한 후 우리를 즐겁고 기쁘게 하소서 라고 기도한다. 즉, 우리의 하는 일이 영광되고 위대한 일임을 깨닫게 해달라는 기도인 것이다.

(2) 모세는 우리 손의 행사를 견고케 하소서 라고 기도를 끝맺는다. 즉, 우리 손으로 하는 일이 우리의 일이 아니며 하나님께서 간섭하시는 일이기에 그 일을 하나님께서 굳건히 붙들어 주십시오 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다.

(3) 모세의 기도는 경탄으로 시작하여 고백을 한 뒤 감사를 아뢰며 간구로 끝맺는다. 우리 모두의 인생을 이 한 편의 시에 담고 있는 것이다. 누구의 인생인들 이 모세의 시편 90편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누구의 인생인들 부족한 것이 없으며 묶인 것이 없으며 괴로움이 없는 인생이 있겠는가?

(4) 그 괴로운 날들을 지나면서 당신은 어떻게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 당신에게 답이 있는가? 없다면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우리에게 보내주신 시편 90편을 읽지 않겠는가?

여기에 답이 있고 진리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