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방태산_능선 위에도 울창한 숲… 야생화·약초가 천지인 대표적 육산
박정원 월간 산 기자 발행일 : 2012.06.28 / 주말매거진 D1 면

▲ 지면ㅈ보기초여름 가뭄에도 계곡에는 물이 마르지 않았다. 철철 넘쳐 흘렀다.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등산객이 곳곳에 눈에 띈다.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내려놓는 전형적 육산(陸山)이다. 강원도 인제 방태산(1444m)은 부드러운 흙으로 된 대표적인 육산 중 하나다.

북으로는 설악산과 점봉산을 두고, 남으로는 개인산과 계방산, 동남쪽으로는 오대산, 서쪽으로는 가리산과 소양호가 보인다. 주변 산 중 가장 높다. 그래서 조망도 좋다.

방태산은 대표적 여름 산행지로 꼽힌다. 시원한 계곡이 일품이다. 주변 산군의 계곡은 ‘정감록’에 나오는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피난처’인 3둔4가리 중 하나다. ‘가리’는 사람이 숨어 살기 좋은 계곡가라는 의미다.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가리 등의 4가리 중 적가리가 바로 방태산 등산로로 올라가는 계곡이다.

◇정감록에 나오는 계곡

방태산은 식물군이 풍성한 환경의 보고다. 소나무와 참나무는 물론, 싸리나무·피나무·박달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얼레지·원추리·양지꽃·홀아비바람꽃 같은 야생화와 고사리·우산나물·곰취·수리취 같은 산나물, 그리고 더덕·산삼·오가피나무 같은 약초들도 천지다. 크고 작은 나무와 풀이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계곡을 벗어나 능선 위로 올라서면 햇빛에 노출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능선 위에도 울창한 숲이 뜨거운 햇빛을 가려준다.

등산은 방태산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한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분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도를 보니 주변 봉우리들이 휴양림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그 봉우리에서 발원된 물이 적가리골로 합류한다. 산밑에서는 가뭄으로 아우성인데, 적가리계곡의 물은 풍족하고 힘차다. 계곡엔 폭포가 여럿 있다. 이단폭포·이폭포·저폭포 등 저마다 개성이 있다. 특히 이단폭포에서 뿜어내는 물보라가 일품이다.

삼거리 등산로에서 매봉령으로 방향을 잡았다. 폭포의 감동이 숲 속의 감동으로 이어졌다. 등산로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울창한 숲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바람 소리의 앙상블은 한마디로 ‘숲의 향연’이다. 30m 가까이 되는 낙엽송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미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이단폭포의 물보라 일품

계곡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는 비스듬한 경사로 걷기 딱 좋다. 숲에서 부는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계곡에 발을 담근 등산객은 “너무 차가워 오래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해발 1000m를 넘어 매봉령이 다가올수록 경사가 급해진다. 숨이 조금씩 차온다. 소나무는 점점 사라지고 참나무와 박달나무, 단풍나무가 많이 보인다.

매봉령에 도착해 숨을 깊이 들이쉰다. 이정표는 구룡덕봉 1.5㎞, 주억봉 3.3㎞를 가리키고 있다. 능선 위에도 나무가 우거져 있다. 산 아래 나무들이 미끈하게 위로 쭉쭉 뻗었다면, 정상 부근 나무들은 세찬 바람 탓인지 기기묘묘한 모양이다.

구룡덕봉(1400m)은 확 트인 조망에 야생화가 무성하다. 목적지인 주억봉으로 가는 길에 수백년은 족히 돼 보이는 듯 한 주목이 눈길을 끈다. 한 등산객이 진한 약초향기를 풍기며 지나간다. 더덕을 캤다며 자랑한다. 주억봉 삼거리를 거쳐 주억봉(1444m)에 다다랐다.

이젠 방동리 방향으로 하산길이다. 제2주차장까지 4.1㎞ 정도 거리다. 하산길은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하나같이 수백 년은 된 듯하다. 마침 이슬비가 내렸다. 하지만 등산로는 별로 젖지 않았다. “쏴”하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늘을 가린 나뭇잎이 비를 막아주고 있다. 방태산은 그런 산이다.

■교통

서울에서 승용차로 국도를 이용할 경우 44번 도로를 타고 홍천 방향으로 가면 된다. 인제 합강교를 건너 진방삼거리가 있는 현리를 거쳐 방동리로 진행한다. 고속도로로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잠시 옮겨 탔다가 홍천IC에서 빠진다. 44번 국도를 이용해서 인제 합강교→현리를 거쳐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서 방태산자연휴양림을 안내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