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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용혜원

가을은 시작할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떠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을 걸으면
어느새 내 마음에도 고독이 수북하게 쌓인다

떠나가는 가을은 세월의 추억도
내 마음 깊숙이 흘러내리는
그리움도 붉게 물들여 놓는다

바라만 봐도 좋은 가을 풍경
오래도록 머물러 있으면 더 좋을텐데
찬바람이 불어오고 비가 내리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시린 발을 내밀고
훌쩍 떠나 버린다

떠나가는 가을은
내 마음 구석구석마다
수많은 아쉬움 남겨 놓는데

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이 시작되던 길을 다시 걷고 싶다

이 가을이 떠나가고 더 쓸쓸해지기 전에
사랑하는 이의 손을 꼭 잡고 걸으며
깊고 깊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