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당신의 한국을 만나보세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해외에서 자유여행을 자주 해 본 사람이라면 언 어의 장벽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언어의 장벽 은 곧 의사소통의 문제로 이어지고, 의사소통의 문제는 여행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여행한다면 그런 걱정을 할 필 요가 없다. 바로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명예통역안내원(Goodwill Guide)들이 있기 때문이다. 명예통역안내원은 대한민국을 찾은 외국인 들의 언어장벽을 해소해 주기 위해 모인 2500여명의 통역 자원봉사자 들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의 언어를 구사, 해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을 돕고 있다. 더 자세한 이 야기를 듣기 위해 영어권 외국인들의 통역 봉사를 하고 계시는 박성호 명예통역 안내원을 만나보았다.  

명예통역안내원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명예통역안내원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는 자원봉사모 임입니다. 통역 안내를 받고 싶은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 방문 전 홈페이지에 있는 신청양식에 자신의 국 적, 연령, 직업, 사용언어, 방문도시, 그리고 방문 계기등을 담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죠. 자원봉사자들 은 이 자기소개서를 보며 안내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관광객의 자기소개서에 안내등록을 하고, 한국관광공사는 관광객과 자원봉사자들을 연결시켜줍니다. 그 다음부터는 자원봉사자와 관광객이 1:1의 관계 를 맺고 메일로 스케줄을 조정한 뒤 만나게 되죠. 통역 안내는 자원봉사자와 관광객의 특성에 따라 다르 게 진행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관광객들의 시간이 한정적인 것을 고려해 관광객이 선호하는 것을 중 심으로 스케줄을 짭니다.

명예통역안내원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무역 관련 일을 하던 제가 통역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1986년부터였습니다. 그 당시 서울에서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었고, 많은 외국인들의 유입으로 인해 통역이 가능한 자원봉사자들을 필요로 하게 되었 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현업 때문에 봉사를 많이 하지는 못 했지만, 88올림픽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 분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코스가 있습니까?

아까 말씀드렸듯이, 통역 안내는 안내원과 해외 관광객의 상호협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별히 선호하 는 코스를 규정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양권 분들(홍콩,싱가포르 사람들)은 볼거리 가 비슷한 편이기 때문에 음식 문화를 선호하고 서양권 분들(유럽, 미국, 캐나다 사람들)은 역사와 관련 된 궁 같은 곳을 선호합니다만, 이와 상관없이 개인의 선호도나 입장에 따라 코스를 정하는 경우가 대부 분입니다. 고령의 참전용사들과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6. 25때 이야기나 ‘한강의 기적’ 같은 경제 성 장 이야기를 하며, 한류나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찜질방에 가서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어 쓰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건강한 발효음식에 관심이 많 은 분들과는 김치 박물관에 가기도 하죠.

본인이 생각하는 명예통역안내원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은 어떻게 보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 합니다. 열심히 한국을 소개하다보면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지기도 하죠. 통역 안내 후 관광객 분들이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할 때나 그분들의 고마움이 담긴 메일을 볼 때 저도 같이 행 복해집니다.

명예통역안내원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물론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으로 찾아오시는 분이 많으시지만, 자기소개서를 하나하나 자세히 읽다보면 한국인이지만 어린 나이에 외국 가정으로 입양되어 한국을 잘 모르고 사는 아이들이나 그 아이들을 키 우는 외국 가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그 아이들의 진짜 나라인 ‘대한민국’에 대해 알려주 기 위해, 혹은 알기위해 한국을 방문합니다. 저는 입양 가족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주로 한국을 찾아 오는 입양가족들에게 통역 안내를 했습니다. 한국의 전통문화나 효 사상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죠. 3년 전, 한 복지재단을 통해 한국인 딸, 아들을 입양했던 외국 가정이 통역안내를 신청했었는데요, 그분들은 딸과 아들이 태어난 병원을 찾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남매의 출생지인 원주 전역을 뒤진 끝에 저희는 옛 날 병원자리를 발견하게 되었죠. 그 병원은 없어지고 다른 건물이 들어서긴 했지만, 그들은 그 곳을 그어떤 명소보다 좋아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저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 도 그 분들은 한국에 3번이나 방문해 딸과 아들이 입양된 복지재단에서 일주일씩 입양아들을 돌보았습 니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생모와 연락이 닿아 생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모녀를 위해 통역을 했는데, 가슴이 벅차올라 통역이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인들이 평소에 가진 한국에 대한 편견과 그 편견이 깨진 사례가 있습니까?

제가 영어권 국가 관광객들을 맡아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보통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은 보통,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나라인지는 몰랐다.’, ‘이렇게 깨끗한 나라 인줄은 몰랐다.’라는 말들을 합니다. 주로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전철역이나 전철 내부가 정말 깨끗 하다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이것도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 대한 편견일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 자체와 그 매력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있는 해외 관광객들께 한국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대한민국의 매력을 일일이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간단히 두 가지를 꼽으려 합니다. 먼저 ‘친절함’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길거리를 무심하게 지나가는 한국 사람들, 어찌 보면 무 뚝뚝하다 못해 화난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사실은 친절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당황한 것 같으 면 도와주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이 참 많은 국가죠. ‘오밀조밀함’도 한국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미국은 너무 커서 등산 한번 가려면 도심에서 1시간 이상 나가야 하지만,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전철역에서 내 려조금만 걸어가도 산들이 나옵니다. 단풍도 아름답고요.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은 이렇게 작지만 이 것저것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대한민국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하더라고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대한민국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명예통역안내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서로의 마음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은 ‘안내원’이 아닌 ‘민간외교관’이 아닐까요?

코리아브랜드 리포터: 고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