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왼손에 손가락이 두 개밖에 없지만 바이올린을 익혀 학교 관현악반에서 활동하는 당찬 여중생이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청소년의 달인 5월을 맞아 서울시 시민상 청소년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신여중 2학년 이예지(15)양이 주인공이다.
이양은 팔의 발달이 덜 되는 ‘폴란드 증후군’을 지니고 태어나 왼손에 엄지와 ㅅㄲ 손가락밖에 없어 물건을 잡는 것도 힘들지만 오히려 일반인도 힘든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익히며 장애를 극복했다.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이양은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고 덕분에 팔 근육도 단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장애를 극복했다는 자신감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이양은 내친김에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바이올린에도 흥미를 느끼게 됐지만 불편한 왼손 때문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활을 잡고 바이올린을 켜면 가능할 것도 같았는데, 문제는 국내에서는 왼손잡이용 바이올린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6학년이던 2008년 초 개인지도 선생의 소개를 받은 한 바이올린 업체가 이양을 위해 왼손잡이용으로 개조해준 바이올린을 구하고서 이양은 꿈에 그리던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남들보다 작은 왼손으로 활을 잡기도 쉽지 않았지만 바이올린을 포기하지 않고 밤낮으로 연습했고, 그 결과 현재 학교 관현악반과 교회 성가대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양이 연주를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애정뿐만 아니라 학교 친구와 교회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이양은 “바이올린을 실제로 배우기 전에는 ‘손가락 때문에 연주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좋아하는 곡을 직접 연주할 수 있고 나만의 바이올린도 생겨서 너무 좋고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이양은 음악적 재능이 있을 뿐 아니라 학교 성적도 우수한 모범생이다.
중학교 1학년 초에는 전교 등수가 150등 권이었지만 일취월장해 현재는 전교 10위권에 올라 있다.
최근 중간고사를 본 이양에게 어머니 현숙열(49)씨는 시험이 끝나면 공부 때문에 잠시 중단한 바이올린 개인지도를 다시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현씨는 “예지가 손이 불편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하려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가르치게 됐는데 스스로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이번 중간고사도 결과가 좋을 것 같아서 시험 끝나면 개인지도를 다시 받도록 해 줄 생각”이라고 말하며 대견해 했다.
평소 책을 즐겨보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양의 장래 희망은 언론인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양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주위에서 글쓰기를 잘한다고 격려를 많이 하셔서 기자를 꿈꾸게 됐어요. 바이올린도 열심히 해서 어려움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이양은 내달 5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시각장애 1급인 오빠를 도우며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청운초등학교 6학년생 박민주양 등 95명의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표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