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인데요

오후 두시가 넘어가는데 전화가 왔다.
공중전화를 통하여 찌콰라고 하는 목회자가 다급하게 전화를 한 것이다.

빨리 와서 신학교로 데려다 주라는 것이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이미 12시가 되기 전에 한번 전화가 왔다.
터미널에서 전화를 하면서 전화를 했는데 잘 도착하였다는 인사인줄 알았다.
조금 있다가 신학교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목회자는 안 오고 전화가 온 것이다.

사실은 안 온 것이 아니라 못 온 것이다.

약간 짜증이 났다.
터미널에 즐비하게 있는 영업용 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오면 되지 왜 전화까지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터미널이 크지 않는데 두 바퀴를 돌아서야 만날 수 있었다.
터니널 한 구석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면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사는 곳은 매홍손의 솜머이라고 하는 깊은 산속이다.

혹시나 하여 질문하였는데 혼자가 치앙마이라는 도시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번 목회자훈련때는 그 옆에 사는 목회자가 같이 오게 되어 문제가 없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목회자훈련을 간다고 넉넉하게 교통비를 주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영업용 차를 타는지, 영업용 오토바이를 타는지 잘 몰랐던 것이다.
알아도 아마도 엄두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나에게 전화를 하였을 때 내가 당연히 나갈줄 알고 오라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두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으니 다급하게 전화를 한 것이다.

매뤼라고 하는 깊은 그의 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환대하던 모습이 떠 오른다.
나는 그의 환대에 비하면 매우 행정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당연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의 생각이지 그의 현실이 아니다.
같이 오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감사하다.

15년이 되어가는 선교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점도 여전히 허수가 있다.
완전한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의 인간되심을 생각한다.
나도 현지인들이 느끼는 느낌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