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적인 동물이다. 이는 오직 인간만이 종교를 가지며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고 삶의 목적을 설정하여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과 타 동물간 차이에 관한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이해는 현대과학의 발달로 엄청나게 좁혀졌다. 과거에는 오직 인간만이 사회적 동물이고 知情意를 가진다고 보았으나 이제 생물학자들은 원숭이, 침팬지와 같은 고등동물들도 부분적으로 낮은 단계에서 그와같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들 사회에서도 나름대로의 문화 내지 생활패턴이 있고 초기단계의 知情意가 있다고 한다. 또한 어떤 분들은 인간의 영적인 속성으로 종교성, 윤리성, 창조성을 들고 있는데 현대 정신과학자 및 생물학자들은 대부분 이들 속성이 단순히 인간 호모 사피엔스 종의 진화의 산물 내지 학습의 축적 결과이며 분자생물학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뇌 신경세포 및 신경회로의 반응이 반복됨에 따라 수백년간 유전자 정보로 저장된 결과라고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 나아가서 우리 믿음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본인이 보기에는 오히려 우리의 본질을 보다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허상을 제거하고 그 바탕에서 우리 믿음의 실상을 확실히 하고 진정한 믿음에 보다 충실해질 수 있지 않을가 한다. 혹자는 그와같은 믿음도 허상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 분자생물학에서도 주관적 의식에 관하여 아직 확실한 견해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오히려 성서의 기록, 지난 2000년간의 기독교 역사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신자들의 성령체험, 전도사역 과정에서의 영적체험을 목도하면서 현대과학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편으로 많은 부분 현대과학의 발견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수용해야 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 내용은 노벨생리의학상 2000년도 수상자 에릭 캔델 교수가 쓴 자서전적 책 “기억을 찾아서”를 읽고 몇가지 간략하게 발췌한 것이다. ㄱ  
    
1. 현대 정신과학은 분자생물학의 힘을 이용하여 다음 다섯 가지 원리를 토대로 삼고 있다:
① 정신과 뇌는 분리할 수 없다. 정신이란 뇌에 의해 수행되는 작용들의 집합이다. 생각하기는 걷기보다 훨씬 복잡할 뿐이다.
② 뇌속의 정신적 기능 각각은 – 단순한 반사에서부터 가장 창조적인 언어예술, 음악, 미술까지 – 뇌의 여러 영역에 있는 특수화된 신경회로에 의해 수행된다.
③ 그 모든 회로들은 동일한 기본적 신호 전달 단위들, 즉 신경세포들로 이루어진다.
④ 신경회로들은 신경세포들 내부와 사이의 신호를 발생시키기 위해 특수한 분자(전기 신호 또는 화학물질)들을 사용한다.
⑤ 그 특수한 신호 전달 분자들은 수백만 년 동안의 진화 기간에, 우리 조상들의 세포 안에 또는 우리와 진화적으로 가장 먼 원시적 친척들 즉 박테리아와 효모와 환형동물, 파리, 달팽이 같은 단순한 다세포 생물들에 보존되어 사용되어 왔다.

이에 의거, 현대 정신과학은 인간의 정신이 우리의 하등한 조상들이 사용한 분자들로부터 진화했고 생명의 다양한 과정을 조절하는 분자 메카니즘의 특이한 영속성이 우리의 정신적 삶에도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2. 그러나 아직 어떻게 신경세포들의 점화가 의식적 지각의 주관적 요소로 이어지는지에 대하여는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뇌 속 전기신호와 같은 객관적 현상이 어떻게 고통과 같은 주관적 경험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이론은 정립되지 않았다. 현대 과학은 복잡한 사건들에 대한 환원주의적·분석적 이해이고 의식은 환원 불가능하게 주관적이므로 한계 바깥에 있다. 현대 생물학은 어떻게 특정 유형의 물질이 지닌 속성들이 그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의 객관적 속성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으나 어떻게 객체들(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의 속성에서 주관적 속성들(의식)이 비롯되는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경우 주관적인 것을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주관적 의식의 원리들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생물학의 혁명을 요구하고 과학적 사고의 탈바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단기간 내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3. 다만 우리가 아직 주관적 경험의 원리들을 전혀 통찰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우리로 하여금 의식의 신경 상관물들을 발견하고 의식적 현상을 뇌 속의 세포적 과정과 연결하는 규칙들을 발견할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실험을 통하여 공포에 찬 얼굴에 대한 무의식적 지각과 의식적 지각이 편도 외부에서 서로 다른 신경 연결망들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신경회로의 활동과 무의식·의식적 위협 지각 사이의 상관성을 인식했다는 것은 공포라는 감정의 신경 상관물을 규명하는 일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상관성에 관한 기술은 의식적으로 지각된 공포에 대한 과학적 설명으로 우리를 이끌지도 모른다. 즉 신경적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 의식에 들어오는 정신적 사건들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