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대면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도전이다.

하물며 나무로 치면 어느덧 중간의 삶을 지내면서   그 많은 뿌리등을 내 뻗고 자라오던 땅에서  기후도,풍습도,생긴 사람도 다른 나라,땅으로 건너온 뒤엔 힘든 몸살을 안 겪는 다면 오히려 정상이 아닌거다.

남 보기엔 이 나라 사회와 인간 관계에 무난하게 정착한 것 같은 나도 마음 속에 항상 외로움이 있었던 것을 부인 할 수 없다.

꽃이 만발한 뉴질랜드의 봄과 여름이 되면 피어 나는 꽃송이 숫자만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심해진다.

엄마가 이 꽃들을 보시지 못하고 함께 즐기지 못하시는게 마음에 사무친다.

어떤 때는 한국에 전화 했다가 엄마가 그 긴 통화시간 내내 “지금은 무슨 꽃들이 피었니?,정원에  무슨,무슨 색깔들의 꽃이 있니?”

만약에 한국에서는 보기힘든 열대성 꽃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런 신기한 꽃이 있다면 사진 좀 보내주라”

이밖에 “네가 말한 자스민같은 꽃을 사왔는데 밖에 정원에 심어도 살까?,겨울을 날 수 있을까?”

“네가 준 아보카도 씨에서 나무가 나와 자라고 있는데…”
이런 나무와 꽃 이야기로 끊임 없이 이어지다가 전화 끊으시기 전 “아이들은 다 잘있느냐?” “네, 딸애는 공부 열심히 하고,아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오고요…”

그리고 전화 끊고나서 생각한다.

‘도대체 엄마는 우리를 걱정하시는 거야? 아니면 우리보다 꽃을 더 보고 싶어하시는 거양?’

외국에서 살자니 암암리에 보이지 않는 인종간의 경계도 느꼈었고,안하던 고용자의 입장에서 일하기도 힘들었고,극복되지 않는 영어에 절망감도 만만치 않았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집안일을 다 해내기도 힘들은 것 같다.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집안일 도와주는 것을 몸푸는 정도로 여기며 잘 도와주더니 오히려 크니 고등학교 때까지 널널하던 공부도 대학에서는 밀려 나지 않으려고 스트레스 받고,게다가 방학때는 2~4개 정도 아르바이트 한다며 집에 한 식구 둘러 앉아서 얼굴보며 밥먹을 시간도 없으니 이 큰집의 집안 일이(단독주택이라 집 안팎의 일이 많다) 이젠 다 내 몫이다.어쨌든 일이 많아도 아이들이 경제를 책임지니 나는 그 좋아라하는 꽃농사(?)만 전념할 수 있어서  요즘은 더 행복하다.

그리고 교회를 옮긴 뒤에는 일요일이면 자청해서 꽃다발을 만들어 간다.생일 당한 교인에게 교회에서 마련한 생일카드와 함께 나누어 주기 위해서다.

이번 주는 입교식을 마친 세례 청소년에게 줄 2개의 특별한 꽃다발을 더 만들었다.하얀  장미꽃들을 중심으로 빨갛게 피어난 제라늄을 둘러 하나님의 보혈의 피로 눈처럼 순결해진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ㅎㅎ이렇게 표현하니 쪼끔 난감하게 거창하당).

지금까지는 주로 딸애와 외국인 교회를 다녀왔었지만 20대가된 아이들은 벌써 정신적으로 독립해가고 ,나는 나이가 드니 이제 내 자신이 속하는 세계를 가지고 싶던차에 가까운 곳에 가끔 바닷가 산책 다닐때 뵈었던 한국 목사님이 개척교회를 여셨다.

이제 시작이라 15~20 가정이 모이는 조그만 교회.

게다가 한국인이 많지 않은,그래서 몇 명의 한국가정이  백인들 틈에 끼여 살던 우리 동네에 한국 교회가 열리니 일가 친척 만나듯이 올망졸망 모여든 눈동자들이 유난히 사랑스럽다..그리고  열명 남짓한 볼이 통통한 아이들과 열명 남짓한 청년들..

물론 성도가 작은 인원이라 교회 행사비 및 아마도 교회 임대료도 챙기기 바쁠 것이다.

부자 교회 나가면 마음도 부자고,모든 것이 풍족해 내가 챙기지 않아도 잘 되겠지 싶었었는데 작은 교회에 오니 전 교인이 임원화라 (목사님이 임원은 모든 예배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에) 지난번에는 생전 안가던 새벽교회에 수요예배까징,그것도 덜렁 거리는 성격에 무려 30분이나 일찍갔다는…, 내 일생에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6:30am –>6:00am ,7:30pm—->7:00pm )

그리고 속으로 되 묻는다.

‘요즘 나에게 무신 일이 일어난겨?’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집으로 이사온 7년을 내 손이 망가지도록 호미 들고 마르면 벽돌만큼  단단해지던  진흙 땅을 파서 음식 찌꺼기를 모아서 거름을 하고,채소 대신 꽃을 심고,오늘 그 꽃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아름다운 자연과 꽃을 창조하시고,나는 누군가를 미소 짓게할  기쁨을 창조한다는 보람이 외국에 있다는 외로움도 잠시 잊게하고,나를 행복하게 한다.

예배를 보면서 내 무릎에 얻혀진  농부의 것처럼 울퉁불퉁해진 두손에게 마음 속으로 말했다.

‘손아 힘들게 일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