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없으니까요

샌디에고에 있는 카렌난민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일찍 교회에 들어갔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눈에 띄는 분이 들어오셨다.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데 두 다리가 거의 절단되어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지뢰 때문에 두 다리를 잃은 것이었다.

1997년 미얀마에 있는 고향인 카렌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내전으로 인한 정부군과 카렌군인들의 전투는 마을가까이에서 벌어졌고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지뢰를 매설하였다.

낮 시간에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하여 동네사람들과 밀림으로 가서 야채를 구하는 중에 평생에 잊지 못한 일을 당한 것이다.
매설하였던 지뢰를 밝고 그 자리에서 두 다리를 잃게 되었다.
마침 같이 갔던 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되어 국경을 넘어 태국에 있는 카렌난민촌으로 들어왔다.

태국 국경의 난민촌에서 살아 온지 11년이 되었는데 미국정부의 RESETTLEMENT 정책에 의해 미국으로 난민자격을 취득하여 지난 9월에 5명의 자녀와 같이 입국하였다.

미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하니까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오기 전에 국경에서 미얀마측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이런 소문도 그에게 두려움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더 큰 두려움은 지뢰가 폭발하여 두 다리를 잃게 되는 순간 그리고 이어지는 치료과정에서 평생 잊지 못한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정부의 난민들에 대한 정책과 지원을 생각하면 참 고맙다.
일정기간동안 식비와 막내가 6세인데 21세인 장남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학교를 다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주택비, 식비, 교육비는 미국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일 년이 지나면 영주권이 나오고 5년 정도 지나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두 다리가 없고 영어가 전혀 안되고 특별한 기술이나 미국사회에서 살아 가는데 필요한 교육기회도 없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도 거의 없다고 본다.
이런 상황을 알아도 받아들이는 미국정부의 정책이 참 부럽다.
특히 요즘 경제사정이 악화되어 공립학교 교사들도 정리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의 걱정과 어려움은 정부가 도와주어도 생길 것이다.
영원한 안식처 되시는 주님의 동행하심으로 어떤 두려운 순간에도 평강으로 인도되길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