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와 창조론의 이해
      –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강영안 著, IVP 刊)을 읽고 나서
                                                            

Ⅰ.  신의 존재와 창조론
  1. 현대의 대표적 천문학자이며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말한다. “우주는 완전히 자급자족할 수 있고 그 밖의 아무 것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경계나 끝이 없는 것이라면 시작도 끝도 없을 것이다. 우주는 창조도 파괴도 안 되며 그저 존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창조자가 존재할 자리는 없다”고.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이 우주가 대폭발(Big Bang)의 결과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우주에 시작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 우주가 유한하면서도 동시에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그의 우주관은 양자역학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동 원리도 중력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일단 존재하기 시작한 세계로 인해 가능한 법칙이기 때문에 이를 우주의 시작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현대 우주론은 150억년 전 대폭발의 결과로 우주가 생겨났고 지구는 약 40억년 전에 출현하였으며 지구 위에 생명체가 생겨난 것은 약 30억년 전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생명은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에서 고등한 생명체로 진화되어 왔다고 본다.

  2. 기독교 안에서 창조와 진화를 주장하는 세 그룹이 있다: 젊은 지구론, 오랜 지구론, 능력으로 충만한 창조론. “젊은 지구론”은 창세기 1장에 기록된 대로 창조되었다고 보는데 이에 의하면 지구는 6,000년에서 10,00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설이다. “오랜 지구론”은 창세기 1장의 기록은 문학적 방식으로 기록된 것이지 역사적 연대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며 현대과학이 알려주는 사실을 상당부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능력으로 충만한 창조론”은 Howard Van Till이 주장한 것으로 하나님이 150억 년 전 Big Bang을 통해 이 우주를 만드신 후 오늘까지 한순간도 놓지 않고 이 우주에 오늘과 같은 발전이 있도록 능력을 부여하시고 계속 진화, 발전해 가도록 붙들고 계신다고 본다. 창조론 안에서도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발전과정을 진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체 세포는 복잡한 다세포 유기체의 한 부분으로서 분화, 발달, 기능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생물체는 발달, 적응, 다른 생명 상태로의 변환 같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 진화과정은 자연주의에 바탕을 둔 진화론과는 다르다. 자연주의에서는 존재하는 것은 오직 자연 밖에 없고 모든 것을 스스로 그 자체로 존재하는 자연의 과정이라고 본다.

  3. 하나님의 존재에 관하여 무신론 내지 자연주의론의 강력한 반론이 있으며 현대 우주론 및 진화론도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성경에서 증거하는 하나님은 “숨어 계시면서 현존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출애굽기에서 하나님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다(출 3:14 일부).” 이는 하나님이 형이상학적 의미에서의 영원불변자, 본체, 실체를 뜻하기보다는 고난받는 자기 백성들의 삶의 현장 가운데 임재하고 그곳에 함께 할 자임을 밝혀 드러낸 것이다. 하나님의 음성과 말씀을 듣는 데는 역사가 필요하고 과정이 필요하다. 야곱은 처음에 하나님을 조상들이 믿던 하나님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수십 년 간 고통을 겪고 아비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비로소 “나 야곱의 하나님”이라는 고백을 한 것이다. 우리의 신앙생활은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다. 때로 우리는 하나님과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고 또 기복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은 숨어 계시면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셔서 우리에게 개입하시고 찾아오시고 우리의 하나님, 곧 나의 하나님이 되어주신다.

  4. Carl Jung은 인간이 자기실현 과정에서 세계의 현존을 인식하여 창조주를 입증한다고 보았다. 인간의 과제는 자기실현이며 자기실현은 자아(Ego)가 무의식 밑바닥 중심 부분에 있는 자기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그 소리를 들으며 그 지시를 받아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빛이 어둠속(무의식)에서 생겨나며 창조주와 연계됨을 감지하게 된다. 그것은 어두운 충동으로부터 예감되고 느낌으로 알게 되고 손으로 더듬어 찾아진다. Jung은 정신분석학자로서 평생 우리의 오감으로 인식될 수 없는 꿈, 예감, 신화를 분석해 왔고 이들의 신화적 내지 상징적 요소를 연구한 결과, 이들이 하나의 실재로 인정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수시로 자신의 꿈을 분석하여 미래에 관한 예지, 자신과 이미 죽은 주변 인물들과의 교감도 묘사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오감을 벗어난 또다른 세계 나아가 신의 세계도 인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Ⅱ.  아담의 창조와 인간 존재의 의미
  1.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아담을 흙으로 빚어 생기를 불어넣어 창조하셨다고 되어있다. 현대과학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간은 비로소 아담이었던 것일까? 이에는 두 가지 가능한 답변이 있다. 유인원들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인 호모 사피엔스에 이어 하나님이 아담을 새로 흙으로 빚어 창조하셨다는 가능성이 있고 호모 사피엔스 중에 특별히 아담을 선택하여 호모 디비누스(homo divinus, 신적인 인간,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로 만드셨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John Stott의 로마서 주석서를 보면 이 두가지 가능성을 모두 열어 놓고 있다: 아담이라는 존재는 호모 사피엔스 중 누구를 택해 아담으로 세우고 그와 약속을 맺었을 가능성과 흙으로 빚어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을 가능성. 다만 성경에서 보다 중시하는 것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첫 창조된 인간이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써 죄가 들어왔고 우리는 죽음의 그늘 아래 놓이게 되었으며 하나님은 이를 그대로 두지 않으시고 예수를 통해 구원할 계획을 가지셨다는 것이다.

  2. 왜 세상을 창조하시고 아담을 지으셨을까? 이에 대하여 성경은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 때문에 지으셨다고 본다. 곧 자신을 내어주고 나누어 주시고자 하는 사랑에서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이 천지의 창조주라고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 사랑, 자기를 비우고 내어놓으시는 사랑을 찬양하고 감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하나님이 이 세상을 다스리고 돌보시는 하나님일 뿐 아니라 자기를 내어놓고 비우고 스스로 제한하고 심지어 피조물 때문에 손해보는 것까지 생각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다.

3. 인간을 포함하여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데 존재 의미가 있다. 하나님을 창조주라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의 세상 모든 것들은 만들어진 존재이며 하나님의 거룩한 사랑의 대상이라는 사실에서 존재의미를 얻는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즉 온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하나님을 통해서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존재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을 떠나서는 그리고 하나님께 의존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Ⅲ.  기독론
  1. 기독교의 근간은 神人 예수의 탄생과 구속희생 및 부활에 있다. 이는 신화 또는 상상이 아니라 歷史的 사실이며 이에 바탕을 두지 않고서는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존재, 창조, 죄와 구원은 허상에 불과하다. 우리는 신약에서 기술된 내용의 구체성, 예수님 주변 인물들의 신실성, 성령의 役事, 사도들의 전도 役事를 알고 있다. 예수님의 말씀, 행적은 神이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으며 바울과 사도들의 전도사역은 성령의 役事 없이는 불가능하다. 출애굽 사건은 구약의 대표적 하나님 사역을 보여준다. 이들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독교를 믿으며 지난 2000년간 기독교가 흥성해온 것이라 하겠다.

  2. 다만 성경은 문자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것들은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것들이며, 이들은 현대과학에서 밝힌 것들과 다른 성경 기술자들의 생각내지 기술 당시의 사람들의 이해에 따른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 예로 천지창조에 관한 창세기 1장의 기술, 아담의 창조와 인류의 시작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성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현대과학에서 밝힌 사실들을 수용하면서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역사를 깊이 통찰함으로써 가능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