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소 기독교 신앙에 관하여 현실적으로 수많은 회의적 요소가 있음에도 계속 붙들고 무언가 꼬투리를 찾고자 하였다. 핵심은 신의 존재에 관한 것이다. 최근 Carl Jung의 자서전 “Carl Jung: 기억 꿈 사상”(조성기 譯, 김영사 刊)을 읽고 많은 부분 공감이 가서 그의 神觀을 정리해 보았다.

2. 그의 神觀은 유일신 하나님과 연계되어 있다. 우리 인생의 핵심 질문은 “당신이 무한한 것(神)에 관련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이며 그는 그 무한한 것이 본질적이라는 사실을 알 때에야 세상의 것들은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우리가 이생에서 무한한 것이 이미 접속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느낄 때 우리 인생의 의미는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가 그것을 갖지 않는다면 인생은 헛된 것이다(상게서p.572).”

3. 그렇다면 神은 어떻게 입증될 수 있는가. 인간은 자기실현 과정에서 세계의 현존을 인식하며 창조주를 입증한다(p.594). 인간의 과제는 자기실현이며 이는 무의식의 의식화과정에서 양자의 통합성을 추구한다(pp.572~574). (무의식의 의식화과정에 충실하지 못하여 무의식에서 밀려오는 것에 관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거나 동일시하지 않고 그것을 의식화하면 자기실현은 방향성을 잃고 실패하게 된다.) 자기인식은 이러한 과정의 정수이며 핵심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빛이 어둠속(무의식)에서 생겨나며 창조주와 연계됨을 의식하게 된다. 그것은 어두운 충동으로부터 예감되고 느낌으로 알게 되고 손으로 더듬어 찾아진다(p.595). 고대 기독교에 따르면 자기인식은 神인식에 이르는 길이다(p.572). 무의식이나 인식되지 않는 것들을 우리는 어떻게 인정할 수 있는가. Jung은 정신분석학자로서 평생 우리의 오감으로 인식될 수 없는 꿈, 예감, 신화를 분석해 왔고 기독교, 불교 등 종교들의 신화적 내지 상징적 요소를 연구한 결과, 이들이 하나의 실재로 인정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p.531~558). 그는 수시로 자신의 꿈을 분석하여 미래에 관한 예지, 자신과 이미 죽은 주변 인물들과의 교감도 묘사하고 있다. 우리의 오감을 벗어난 또 다른 세계 또는 사후세계도 인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4. 그는 신앙을 눈에 보이지 않는 창조주와의 관계에 관한 개인적이고 주관적 체험의 문제로서 열정적인 감정과 직관, 길고 풍부한 내적․외적 인생경험들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학문적인 면에서 神인식을 인간 마음속에 있는 神의 형상에 관한 객관적 현상의 문제로 보아 인식론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고 의식적으로 사실과 입증 가능한 것에만 국한하고 있다(p.64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개인적으로, 정신분석학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분명 인정하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