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보게된 블랙슈트 스파이더맨은 꽤 흥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외계물질인 ‘심비오트’에 감염된 피터는 공격적이고 거만해집니다. 그는 숙부 살해범을 죽인후 그 자가 죽어
마땅한 자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숙모는 ” 복수심은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며 걱정스러워합니다.
그런데 그후 정말로… 피터를 증오하던 ‘에디’또한 ‘심비오트’에 감염되어 블랙슈트를 입은 괴물이 됩니다.

흥미있는 것은..그들 모두 증오심에 사로잡혔을 때 심비오트로 휘감기었고..그후 심판자처럼 상대를 응징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는 이상하고도 독특한 발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블랙슈트는 벗으려해도 안 벗겨지는데…종소리같은 소리를 계속 들려줄 때 옷을 벗겨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순전히 작가 마음이겠지만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평소 인상깊게 보았던 스님의 법문을 오랫만에 들었습니다.
불교에서는 관념에서 관념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을 일깨우기 위해서… ‘종소리’ ‘북소리’를 쳐준다고 합니다.
그분은 ‘시간과 존재’에 대한 ‘관념의 생각’과 ‘지혜의 시각’을 대비해서 설명하셨습니다.

우리가 누구를 미워하는 근본이유는 ..’나’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나에게 집착하기 때문이라며..지혜의 눈으로
‘나’라는 실체를 깨닫게 되면…욕심이 사라지고 미움도 사라진다고 합니다.
미움은 상대에게 따지거나 패거나 골탕먹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마음이 맑게 되어서 내 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 시간 싸운 사람과 한 시간 기도한 사람의 마음이 다르듯이…. 행동을
바꾸어 좋은 업을 만들면 마음도 바뀌게 되므로 기도하고 경을 읽어야하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쁜 생각에서 좋은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 ‘선’이 아니라 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이며….
‘도’를 닦는 것이라고도 설명하셨습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미움,분노에서 벗어나 용서하길 원하고 그래서…어디를 가나 이런저런
지혜의 메세지들을 쉽게 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감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훌륭한 분들도 자존심이 상처받으면 얼마든지 블랙슈트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은… 여기서 벗어나는 것을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묵상노트를 훑어보면서… 선한사람,훌륭한 사람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죽은 자만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구나라고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죽은 자는 단지 세상의 탐욕을 버리고 정의를 갈구하는 자가 아닐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며 정의를 외치는 이상주의자들 역시.. 그 마음에 가시와 독이 가득한 경우를 봅니다.
하나님만이 세상을 선으로 이기시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과정중에 있는 신자들 역시 얼마든지 블랙슈트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와 훈련 속에서…갈수록 더 정결해지고 의로와지면서도 겸손하고 온유한…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같은 존재가 되어 ‘그리스도 향기’를 발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