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할머니는 17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32세에 홀로 되셔서 다섯 딸을 키우셨고 그 중 셋을 잃으셨지요.


 


남은 딸 중 둘째가 된 분이 바로 저희 엄마셨어요.


 


우리 외할머니는 일흔이 안되서 돌아 가셨는데 소천하시기 3 년 전부터


 


중풍으로 쓰러지셔서 방안에 누워만 계셨답니다.


 


이제 제 나이가 할머니가 홀로 되신 때보다 다섯살이나 더 먹었고


 


또 아이들을 키우며 여러가지 일을 격다 보니 우리 외할머니의 삶이 더


 


애잔하고 서럽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세월이 지날수록 더 그럴것 같습니다.


 


제가 막 태어나서부터 대학 2학년때까지 나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기억 속에는 외할머니가 계십니다. 거의 앞 뒷집으로 함께


 


산거나 다름이 없었거든요. 성당에 다니시던 할머니의 손을 잡고


 


미사를 드리던 기억…새벽이면 습관처럼 일어 나셔서 십지가 앞에


 


무릎 꿇고 기도문을 외우시던 모습…그러면서도 동네에


 


 탁발하러온 스님께 기꺼이 쌀 한 바가지 내어 주시던 모습…


 


그리고….중풍으로 쓰러지셨을때 하나님을 부인하시며


 


눈물지으시던 안타까운 할머니의 눈물…


 


” 내가 왜…내가 무슨 죄가 있어서….”


 


그렇게 할머니는 어둡고 침침한 말년을 보내시고 돌아 가셨습니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시기 2~3일 전부터 말씀은 못하셨지만 두려움에 떨던 눈 빛…


 


기도와 찬송을 하면서 무서워 말라고 예수님이 계신다고 말씀하시던


 


우리 엄마의 손을 잡고 평안히 눈을 감으신 우리 외할머니….


 


저는 생각 합니다. 우리 외할머니에게는 하나님이 부처님과 일월성신과…


 


그밖에 모든 우상과 다를바  없을 존재 였을 것이라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우리 외할머니가 과연 구원 받으셨을까?


 


하지만 이젠 고민하니 않습니다…누구와 비할바도 없이 높으신


 


하나님께서는 우리 외할머니에게는 스스로 우상과도 같은 낮고 낮은


 


모습으로 내려 오셔서 사랑하여 주시고 위로하여 주셨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저도 우리 외할머니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바로 알아간다는 것 만으로


 


믿음 좋다 착각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제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거룩하심의 신비를 아는 만큼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을


 


날마다 날마다 자각하고 애통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겸손이라는게 왜 이렇게 어렵습니까?


 


………


 


갑자기 우리 외할머니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두서 없이 글 올렸습니다.


 


얼른 주님 품에 계신 할머니를 만나보고 싶네요.


 


모두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