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숨통이 터지는 것 중에 하나가 하이웨이입니다. 뻥뻥 뚫린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슴마저 시원해집니다. 도로만이 아닙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끝없는 지평선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관장을 하고 난 것처럼 온 몸이 떨려 옵니다.
사람을 만나도 느끼하지 않고 시원시원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제일 못 견뎌 하는 사람이 잔머리 굴리는 사람과 느끼한 사람입니다. 왜 그런지 그런 사람들은 소화를 못 합니다. 제 약점이지요. 하지만 서툴러도 진실하고 깨끗하면 거기다 선이 굵으면 금방 친구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백김치처럼 시원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때문에 배우자를 고를 때도 다른 것보다 ‘통하는 사람’을 찾으라고 그러지요. 적어도 저는 세 가지는 통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첫째, 말(言)이 통해야 합니다. 부부간에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금방 지옥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제일 힘든 게 맹꽁이하고 한평생 사는 거라 하지 않습니까? 때문에 지적인 수준이 비슷해야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둘째, 정(情)이 통해야 합니다. 서로 끌리는 데가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부부간에도 이런 정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신체적 매력까지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맛(味)이 통해야 합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일러 ‘밥맛 없다’고 합니다. 말과 정만 아니라 ‘맛’도 통해야 살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통할 때 아마도 최상의 부부가 되겠지요. 저는 이 세 가지가 다 통한다고 생각하고 사는데…. 문제는 제가 그 마지막 한 가지로 아내에게 도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일 워싱턴 중앙일보에서 저희 가정을 취재하러 온다는 데 제가 요리를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다른 것으로는 통(通)한 것을 보여줄 수 있겠는데 무슨 요리로 아내와의 입맛을 맞추어야 할지… 차라리 이럴 때 입맞춤하라고 하면 그것은 미친척하고 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남자도 꼭 요리를 배워 아내를 감동시켜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송길원의 요즘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