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어릴 때는 엄마가 필요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엄마가 없으면 아이는 쓸쓸하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흐르면
그는 특별한 일 외에는 엄마를 찾지 않으며
엄마의 간섭을 귀찮아 한다.
그는 다른 종류의 고독을 느낀다.
그것은 엄마가 채워줄 수 없는 고독이다.
그것은 이성에 대한 고독이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성을 통해 채워진다.
엄마는 이에 대해 약간 서운하고
질투심을 느낄 수도 있으나
그의 가는 길에 따라갈 수는 없다.


그러나 좀더 시간이 흐르고
그는 이제 다른 종류의 고독을 느낀다.
그것은 이성이, 배우자가 채워줄 수 없다.
그것은 영원에 대한, 생명에 대한
창조자에 대한 고독이다.
근원에 대한, 진리에 대한 고독이다.


이성도, 배우자도
이에 대하여 서운하고
질투할 수는 있으나
죽음의 길에 따라갈 수는 없다.


고독은 존재의 확장이다.
존재의 확장을 위한 굶주림이다.
고독을 통하여 인생은 성장하며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진리의 길에 이를 수 없다.


(정 원/잠언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