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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이야기
영등포 역 앞에 위치한 광야교회에서는 매일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허름한 교회에서 부엌과 주방장을 두고 300명이 넘는 노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식사하러 오는 노숙자 숫자가 불어나 반찬 준비와 배식과 설거지 등에 손이 달려 외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도 오래 전부터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집사님들이 주축이 되어 한 달에 한번씩 이 교회에서 점심 봉사와 작은 성금을 보태왔다.
올해는 우리 교회에 사회봉사부가 새로이 구성되어 도서관 자체에서 봉사하던 광야교회의 점심 봉사를 교회에서 주관하게 되었으며, 사회봉사2부에서 한나회 여집사님들과 함께 매월 첫주 수요일에 조를 짜서 점심식사 봉사를 해오고 있다.

영등포 역 앞에 위치한 광야 교회는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어느 이방 동네에 들어가는 것 같은 색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다.
영등포 역사 내에 자리잡고 있는 화려하고 번잡한 롯데 백화점을 나와 바로 죄측으로 돌면 역전 파출소가 있고 그 파출소를 막 지나면 바닥에 붉은 글씨로 ‘청소년 출입금지 적색지대’ 라는 철판이 놓여있다.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그 철판을 밟고 지나면 나이먹은 할머니가 쪽방에 앉아서 호객을 하고 있고, 그 앞에는 가끔 대낮부터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딩굴고 있는 노숙자를 만나게 된다. 그런 곳에 광야교회가 위치하고 있다.
광야교회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말하자면 영등포 역앞 창녀촌과 골목 골목에 소위 말하는 쪽방들이 들어차 있는 경인선 철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서 우리 교회 한나회 회원들이 한 달에 한번 노숙자들에게 점심 배식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곳에는 다양한 모습들의 노숙자들이 찾아 오고 있다. 넥타이를 맨 사람으로부터 두 손이 잘린 사람 등 여러 부류들의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온다. 더러는 근접하기가 겁나는 불량스런 모습의 사람들이 섞여 있지만 노숙자같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여러 다양한 사람들에게 배식하기에 대부분 강남에 사는 우리 한나회 회원들에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능숙하게 배식하는 것을 보고, 나이가 든 한나회 회원들이기에 그렇지 않은가 생각을 해보았다. 한나회 세대, 그러니까 6.25와 1960년대의 어려운 시기를 살아 온 세대들이기에 그러한 어려운 모습들이 낯익기에 별 어려움 없이 배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전쟁 때의 어려운 모습들이 풍요롭다는 이 사회에서 또 다른 모양으로 이렇게 이 사회에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노숙자들에게 배식한다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고 광야교회를 찾은 한나회 집사님들이 의외로 멀쩡한 사람들이 많아 의아하게 생각하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실은 멀쩡한 사람들도 자세히 살펴보면 어딘지 모르게 올바른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이런 곳에 와서 식사를 하겠는가 생각하면 그들이 정상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노숙자가 되는 어려운 고통의 과정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마약중독자처럼 자포자기하면서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저서 일까 어딘지 여느 사람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노숙자들의 정신상태와 어떠한 정신상태와 생활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노숙자가 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노숙자하면 일본의 노숙자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일본하면 부유하고 잘사는 나라, 사회가 잘 정돈되고 깔끔한 나라라는 선입관이 들지만 의외로 거리에 노숙자가 많다. 동경 거리에는 우리에게 이상하게 보이는 풍경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불길하게 여겨지는 까마귀가 일본에서는 길조로 취급되어 동경 시내에서 많은 까마귀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과 시내에 의외로 많은 노숙자들이 노숙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경의 노숙자는 우리의 노숙자들과 같이 술먹고 아무데나 너부러져 딩구는 노숙자와는 달리 일하기 싫어 인생을 나름대로 즐기려는 노숙자들이 많다고 한다. 골판지 박스를 길거리에 깔고 머리맡에 살림살이를 가지런히 놓고 촛불까지 준비하고는 평화스럽게 누워서 잠을 청하는 행복스런 모습의 노숙자를 동경에서 본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노숙자하면 우리의 노숙자와는 달리 그 무엇인가 인생을 즐기는 노숙자라는 선입관이 든다. 그런 선입관을 가진 일본의 한 노숙자가 역 부근에서 동사했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죽은 노숙자의 소지품에서 의외로 7백만엥이라는 거액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7천만원이 넘는 거액을 현금으로 가지고도 추운 겨울 날 한데서 자다가 동사를 했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이러한 모습이 우리 인간의 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아마도 이 노숙자는 돈에 한이 맺혔던지 아니면 인생을 좀 낫게 살아보려고 악착같이 천만엥 또는 오천만엥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는지 모르겠다. 끝도 없는 우리의 욕심과 목표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먹을 것을 안 먹고 추위를 견디면서 돈을 모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우리 모두가 이 노숙자와 같이 돈, 돈하면서 매일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가 1억, 어떤 이는 10억에서 5,000원이 모자라 아옹다옹하는 인생들인지 모르겠다. 어느 부녀가 로또에 목숨을 걸고 얼마 안되는 돈을 로또 복권에 탕진하고 자살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생과 돈 그리고 노숙자가 무엇인지 헤아려본다.
솔로몬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우리 인생이지만 천년만년 살 것같이 아옹다옹하면서 남의 위에 서야만 직성이 풀리고,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가지려고 악착을 떠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모습들이고, 우리 인간의 속성이고 그러한 모습들이 내일 이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나는 한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는 어떻게 보면 이 지구를 이어가는 경쟁력이라고는 하지만 옷깃을 여미는 추운 늦가을, 거리에 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길거리의 노숙자들을 생각하며 쓸쓸한 상념에 젖어 본다.
2004년 11월28일

노숙자 봉사자에게 드리는 기도
우리가 받은 은혜를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우리에게 어려운 곳을 찾게하시고 봉사하게 하여 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우리가 가정에서나 이웃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신자가 될 수 있도록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강건하게 하옵시고 궂은 일에 두려움을 가지지않는 담대한 믿음을 주시옵소서.
교회 안에서 머믈러 안주하지 않게 하옵시고, 어려운 곳을 찾아 함께 나누는 자가 되게하옵시고, 그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도와 주시옵소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탁하옵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광야교회 주방내에서 반찬준비하는 한나회 회원들
광야교회 주방내에서 반찬준비와 설거지하는 한나회 회원들
노숙자 배식 장면
한나회 회원들의 배식 장면
비오는 날의 배식 장면
광야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영등포 역사내의 식당 모습
노숙자들에게 배식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등포 역사내의 액세서리 판매대의 아름다운 액세서리들을 보면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