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행복한 멈춤’ 을 보고

이 재 철 집사

1. 시작하는 글

(1) 지난 수요일(1/21) 수요예배 때에는 중.고등부가 준비한 뮤지컬
(2) 중.고등부가 연합해서 함께 이렇게 공연하기는 우리 교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3)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수요예배를 자주 빠지던 나도 이 날 만은 핑계로 삼을 이유가 없었다.

2. 뮤지컬의 내용

(1) 뮤지컬은 고층빌딩 엘리베이터에서 엘리베이터걸로 근무하고 있는 하나경이 혼자 등장함으로써 시작된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에는 75세 노인인 천태평(이 배우는 자기가 천하태평이어서 이름도 천태평이라고 했다)이 등장하고 다음에는 중년남자인 방정식이 등장하며 역시 중년여인인 최선영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이 엘리베이터는 40층이 최고층인데 기계 고장으로 30 몇 층에서 멈추는 것으로 극이 시작된다. 이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었다.

(2) 어차피 한 공간에 있게 된 사람들은 처음 불안했던 심정을 뒤로 한 채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게 된다. 최선영의 사연은 이 고층빌딩의 주인이 자기 남편인데 남편은 지금 40층에 있고 자신은 그에게 이혼서류에 도장을 받으러 가는 길이라 했다. 이혼사유는 이랬다. 자신은 결혼 전에 돈 많은 사람이 좋아 무조건 돈 많은 남자를 택했는데 결국 이 사람은 아무런 인간미가 없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했고 심지어는 최선영의 아버지인 장인이 돌아가셨어도 장례식에 오지 않았으며 잘 치르라고 돈만 보냈던 것이다. 돈 때문에 모멸을 참고 살았던 최선영도 여기서 폭발했던 것이다.

(3) 방정식은 40세 안팎의 젊은 중년이었다. 그는 이 빌딩에 있는 회사의 이사였다.(대표는 최선영의 남편이었고 하나경은 직원이었다) 그런데 그는 이 밤에 40층에 있는 사장에게 사직서를 내러 가는 길이었다. 그는 지방대 출신으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승진에 목숨을 걸었고 고향에 한 번도 내려가지 못해 자기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하던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가지 못한 불효를 저지른 것이 계기가 되어 사표를 결심했던 것이다.

(4) 멈추어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갑자기 열리고 초라한 행색의 한 노년남자가 들어왔다. 네 사람은 깜짝 놀랐지만 너무 놀라 문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즉, 엘리베이터는 밖에서는 열 수 있었고 안에서는 열 수가 없는 채로 멈추어 있었던 것이다. 관객들은 이 부분을 너무 논리적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곧 알게 되지만 이 사람은 하나경의 친아버지이며 나경이를 보기 위해 매일 한 번씩 딸이 근무하는 시간에 맞춰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작가가 고심 끝에 이런 설정을 한 것이고 우리는 다 너그러울 수 있다. 아참, 최선영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은 배터리가 다 되어서 구조를 위한 통화가 불가능했고 방정식은 이런 곳에서는 통화가 잘 안 되는 아주 오래된 벽돌 같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이 핸드폰은 방정식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고 작가는 이 소품으로 방정식과 아버지를 연결한다)
이런 설정이 어색하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뮤지컬을 아니 연극을 많이 안 보신 관객일 뿐이다.

(5) 나경의 아버지는 십 몇 년 전 어린 나경을 고아원에 맡긴 후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꽤 긴 징역살이를 하고 나왔으며 그 때문에 나경은 십여 년을 고아원에서 자란 후 20살이 가까워서야 독립을 했던 것이다. 나경은 아버지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나경은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다가 마지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아버지라고 설명을 하게 된다. 지난 십 몇 년 동안의 고생, 그리움, 외로움 등이 한데 뭉쳐 증오가 되었고 증오로 닫힌 나경의 마음은 매일 아버지가 찾아와도 열리지 않았다.

(6) 천태평도 그렇게 태평한 인생은 아니었다. 부잣집 딸과 결혼한 뒤 결국은 부모를 버리게 되었고 한때는 잘 나가다가 지금은 거의 노숙 직전에까지 이른 노인이었다.

이 다섯 사람의 사연이 적절한 노래와 페이드백과 소품 등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펼쳐지다가 이 드라마는 그럴 능력이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천태평으로부터 역전의 계기가 시작된다.

천태평은 우리가 비록 좁은 공간에 갇혀있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니 즐거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극 내내 구부정했던 허리를 쓰윽 펴더니 힙합 모자를 배낭에서 꺼내 쓰고 썬그라스를 쓴 후 젊은 래퍼가 되어 이 파티를 주도해 간다. 이때 뮤지컬은 여러 합창단들의 도움을 받으며 즐겁게 노래하고 나머지 네 명의 사람들도 합창단과 함께 노래하다가 끝나면 장면은 다시 멈추어 있는 엘리베이터 내부로 돌아온다.

(7) 그들은 운명적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 성탄절 새벽까지 함께 있는 동안 각자의 마음 속 응어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가 성탄절을 맞게 되고 천태평의 제안으로 미움을 풀어버리고 예수님의 사랑으로 돌아온다.

제일 먼저 방정식은 사직서를 꺼내어 찢어버린다. 그는 말한다. 이제 나는 가족을 먼저 위하며 회사 일도 열심히 하겠다. 다음은 최선영이 이혼서류를 찢었다. 최선영은 말한다. 우리 남편이 좀 까칠하긴 해도 내가 더 잘하면 다시 좋아질 수 있을 거야. 나경과 나경아버지는 화해를 한다. 천태평은 이렇다 할 화해의 에피소드가 없지만 그는 노인이 젊은 래퍼가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한 것으로 작가는 용서해주었다.

3. 뮤지컬을 보고

(1) 교회 학교에서 교사를 해보면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무섭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5~6학년만 되면 스마트폰 다루는 솜씨가 도저히 선생님들은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미 이른다. 이들은 컴퓨터 실력도 그렇다. 얼굴이 어리고 덩치가 조금 작을 뿐이지 이들을 가르치려면 선생님들은 바싹 긴장해야 한다. 중.고등부는 더 말 할 것이 없다. 이들은 어떤 기계적인 실력 뿐 아니라 실제로 학문 등에 대한 실력이 선생님들보다 낫기 때문이다. 정말로 기도하지 않으면서 중.고등부 교사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2) 우리 교회의 중.고등부에서 종종 연극 등을 무대 위에 올리지만 처음 얘기했듯이 이렇게 본격적인 대형 뮤지컬을 중.고등부 연합으로 무대에 올린 것은 기쁜 일이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마이크부터 첨단으로 보강되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배우들은 얼굴에 붙이는 무선마이크를 사용하여, 이동시 마이크 몇 개로 서로 주고받으며 연기하던 구 시대를 벗어나 새 시대를 열었다. 연기 또한 대단히 성장했고 노래도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가상했으며 특별히 모든 반주를 피아노 라이브로 했다는 것은 칭찬을 아낄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안성희 목사님과 중.고등부를 이미 떠난 선배들의 노력과 후원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3) 중.고등부가 신앙생활에서 가장 혼란을 겪는 것은 세상과 교회가 너무나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다른 데에서 오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교회는 항상 구식 같고 보수적이며 재미가 없고 교훈적이다. 그런데 세상은 혁신적이고 멋있으며 재미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를 식별해내는 능력이 있었다. 비록 세상에서 보고 배운 방식으로 공연을 했지만 이 공연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분명한 차이였다 세상은 포기하고 분열하고 미워하지만 예수님은 위로하고 풀어주고 서로 사랑하게 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이 한 편의 작품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내 주었다.

4. 마치는 글

(1) 이들은 사는 동네를 말할 때 흘리는 것처럼 남포동이라 했다.(이것을 부산 남포동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메시지는 우리 남포교회 전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던 것이다.

(2) 이미 말했다. 세상이 약속하고 있는 그 화려하나 공허한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예수그리스도에게만 진정한 생명과 구원이 있음을 아이들은 훌륭하게 어른들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3) 이 뮤지컬을 한 번 더 해주면 안 될까? 더 많은 어른들이 보아야 할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