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이 재 철

당신들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302명의 생명이 수장되어
우리들 가슴이 천 갈래로 찢어지는데

당신들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저 많은 어린 학생들에겐
그 자리에 가만있어라 해놓고
당신들은 살고 싶었는가?

당신들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22살 꽃봉오리 여자애 당신들 동료가
목숨 걸고 자리를 지킬 때
당신들은 진정 살고 싶었는가?

당신들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조타실과 기관실에 숨어 있다가
당신들만 아는 비밀통로로 빠져나와
구조선에 먼저 몸을 실을 정도로
당신들은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당신들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더 이상 흐를 눈물도 없어
잠을 자도 살려달라고 내미는
아이들의 손이 내 목을 움켜쥐는데
당신들은 살고 싶었단 말인가?

당신들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꼬박 여드레를 팽목항에 앉아
하염없이 내 새끼를 기다리는
그 많은 엄마들의 그 고통스러운
기다림을
피눈물을
모른 체 하면서까지 살고 싶었는가?

당신들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자리를 지켜서 온 국민의 가슴에
따뜻함으로 남지 않고
평생 살인자라는 낙인이 찍혀서라도
그렇게 살고 싶었는가, 당신들.

(2014.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