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
뻗쳐오르던 내 소망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 * * * * * *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이 스며있을 법한 김영랑의 시를 한번 읊어보았습니다.
제대로 기억이나 하고있었는지 모르겠네요.
흔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정원의 한 구석을  화려하되 수숩은 듯  자태를 드러내는  마지막봄꽃 모란예찬의 시를 말입니다.
우리의 인생에 봄시절이 어느 때였던가?
어느새 중년의 막바지에서, 다가오는 노년의 내 모습을 그려보게됩니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도, 다가오는 미래에대한 두려움도  그리 없는 듯하지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만은 어찌 할 수가 없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