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杯のかけそば(우동 한그릇) 8 (마지막)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섣달 그믐날이 되자 <북해정>에는, 이웃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웃 사람들이 가게문을 닫고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5, 6년 전부터 <북해정>에 모여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 넘기기 우동>을 먹은 후, 제야의 종소리를 함께 들으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게 하나의 행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도 9시 반이 지나자 생선 가게를 하는 부부가 생선회를 접시에 가득 담아서 들고 오는 것을 시작으로, 주의에서 가게를 하는 30여 명이 술이라아 안주를 손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었습니다.

가게 안은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습니다.

그들 중 몇 명의 사람들이 2번 식탁을 보며 말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2번 식탁은 비워 두었구먼!”

“이 식탁의 주인공들이 정말 궁금하다고.”

2번 식탁의 유래를 그들고 알고 있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금년에도 빈 채로 신년을 맞이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지다. 그러나 주인 내외는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은 비워 둔 채 다른 식탁에만 사람들을 앉게 했습니다.

2번 식탁에도 앉으면 좀 더 여유가 있으련만 비좁게 다른 자리에 모여 앉아 있으련만 비좁게 다른 자리에 모여 앉아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가게 안은 우동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각자 가져온 요리에 손을 뻗치는 사람, 주방 안에 들어가 음식 만드는 걸 돕고 있는 사람, 냉장고를 열어 뭔가를 꺼내고 있는 사람 등등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도 다양했습니다. 바겐세일 이야기, 금년 여름 해수욕장엣 겪은 일, 돈 안내고 달아난 손님 이야기, 며칠 전에 손자가 태어났다는 할머니의 이야기 등으로 가게는 왁자지껄했습니다.

그런데 10시 30분쯤 되었을 때,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쏠리며 조용해졌습니다.

코트를 손에 든 신사복 차림의 청년 두 명이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고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자 다시 자신들이 나누던 이야기를 마저 하기 지작했고, 가게 안은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미안해서 어쩌죠? 이렇게 가게가 꽉 차서…… 더 손님을 받기가……”

주인 여자는 난처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기모노(일본인들이 입는 전통 옷)를 입은 부인이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나오며 두 청년 사이에 섰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습니다.

부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 말을 들은 주인 여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변했습니다.

그 순간 십여 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젖히고, 오래 전 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졌습니다.

여주인은 주방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남편에게,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가리키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저…… 저…… 여보!……”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허둥대는 여주인에게 청년 중 한 명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셋이서 1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들입니다.

그 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 가 있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이곳을 떠나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저는 금년에 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하여 대학병원의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큰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은행원이 된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저희 가족의 인생 중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날 어머니를 모시고 셋이서 이곳 <북해정>을 다시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주인 내외의 눈에서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넘쳐흘렀습니다.

입구에서 가까운 거리의 식탁에 앉아 있던 야채 가게 주인이 처음부터 죽 지켜보고 있다가, 급한 마음에 우동을 씹지도 않고 꿀꺽 하고 삼키며 일어나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외쳤습니다.

“여봐요 주인 아주머니! 뭐하고 있어요? 십여 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이잖아요, 어서 안내해요 안내를!”

야채 가게 주인의 말에 비로소 정신을 차린 여주인이 그제야 세 사람에게 가게 안의 2번 식탁을 가리켰습니다.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식탁에 우동 3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얼굴을 눈물로 적시고 있던 주인 아저씨도 정신을 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네엣! 우동 3인분!”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가게 안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환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습니다.

가게 밖에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북해정>이라고 쓰인 천 간판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