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하나님의 축복인것을…그땐 몰랐습니다.

저의 고향 충북 영동군 심천(深川)면 에는 강이 많아 넓은 들녁을 이루고 있어 농산물이 참 풍부했습니다. 여기는 큰 강 두 개가  한곳에서 만나기도 하고 또 다른 한 줄기는 산 허리를 끼고 갈라졌다가 기름진 삼각주를 형성하고는 다시 만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옛부터 “깊은 내”가 있다 하여 심천이라고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요즘처럼 눈이 많이 내린 하얀 산을 바라 보노라면 어릴적 추억이 하나 떠오르곤 합니다.
이 동네 뒤쪽으로는 제법 높다란 산길을 따라 신작로가 만들어졌었는데 그땐 지에무시(GMC)라고 하는 육발이 트럭이 이 길을 오르내리면서 인근의 좋은 소나무들을 베어 일본으로 싣고 갔습니다.

제가 5살이 되었을때입니다.  중학교 다니는 형과 함께 이 길을 따라 어머니가 챙겨주신 김치며 밑반찬을 싸들고 시집간 큰 누나집엘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산길을 걷기 시작할 무렵 형이 지름길로 가자면서 완만한 신작로를 마다하고 밑에서 부터 급경사를 기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함박눈이 내리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설상가상 우리는 가파른 산 길을 미끄러지고 자빠지면서 기어 올라갔습니다. 겨우 중턱까지 올라가서 신작로에 다다르자 한결 걷기가 편해졌지요. 그 눈오는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어둑어둑해서야 산속에 있는 누나집에 도착해서 누나를 붙잡고 서럽게 울었던 생각이 납니다.

그 인적도 없는 산 길을 족히 8km는 걸었을 텐데요, 얼마전 꿈속에 그 길이 보여 집사람과 함께 그 곳을찾아 걸어봤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 길은 포장도 안된 버려진 길로 남아 있더군요.

제가 그 당재가는 길로 갔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국민학교 동창녀석 셋이서 차를 몰고 그 신작로를 더듬거리며 올라 왔었나 봅니다. 그런데 전 그 차를 발견하지 못했지요. 나중에 만나서 알았지만 전 그 신작로가 계곡물에 무너져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곳까지 갔었기때문입니다. 집사람이 무섭다고 자꾸 손을 잡아 끄는데도 전 무엇에 홀린듯이 자꾸만 깊은 산속 길을 따라 들어 갔었지요.

그 산 마루에 가면 경부 고속도로가 저 밑으로 뻗어있고 옥천군과 영동군 그리고 보은군이 경계를 이루는 절묘한 산세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만 이젠 저도 더 이상 가기가 무서워지더군요.

해가 서산에서 얼마 남지 않아 이제는 올라온 길을 되내려가기도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산 입구에 차를 대놓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걱정을 크게 하면서 ‘너 사고난줄 알았다’고 야단들이었습니다. 저를 찾아 길이 끝나는 곳 까지 갔는데 제가 없더라는 거예요. 마침 전화기도 배터리가 나가서 불통이었구요. 어쨌든 녀석들 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어린시절로 돌아가 실컷 떠들고 놀았습니다.

그런데 서울로 올라오면서 55년전 그때 그 험한 산길에서 인도해 주셨던 하나님이 지금도 그 길을 걷는 저의 옆에 계신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던 신비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끝까지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더군요.

<하나님 아버지, 제가 어릴때나 나이 든 지금이나 항상 동행하시는 하나님이신 것을 깊이 느끼게 해주신것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주님 사랑하는 마음 작아지지 않고 늘 감격하고 감사하며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 옵소서! 아멘!>

201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