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고전주의 음악

지난시간에 초기 고전주의 소나타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이 시간에는 좀 더 자세히 그 양식상의 특징들을 알아볼까 합니다. 먼저 소나타라는 용어의 의미를 잠시 알아볼까요. 언제부터인가 모 자동차회사의 이름으로 이 음악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음악의 우아함이나 예술적 이미지를 자동차로 이어보겠다는 상술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더 화가 났던 것은 그들 자동차 회사가 음악예술에 기여한 업적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이죠.
아무튼 모차르트와 하이든이 음악사에 등장하기 직전의 상황은 다음과 같은 음악가들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1.감정과다양식과 계몽주의

감정과다양식(感情過多樣式:Empfindsammer Stil)이란 전 시간에도 잠시 언급했듯이 음악이 감성적이고 감정이 풍부하며 다정다감한 스타일을 말합니다. 음악은 아무래도 그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거나 반영한다고 볼 때 예술음악이라고 하여 크게 다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더구나 바로 이전시대의 바로크 음악이 몹시 외부 지향적이랄까, 화려함이나 사치스러움의 극치랄까 하는 특징을 담고 있다고 볼 때 당연히 이러한 의식으로부터 탈피하고자하는 인식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어느 시대 어느 조류에서도 기성 흐름에 대한 반발은 늘 있어왔음을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지만요. 이 감정과다양식의 출현은 음악이 이 당시 계몽주의적 사조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답니다.

18세기 계몽주의사조는 인간의 이성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고 인간존재를 성찰하여 모든 대중이 인간답게 생활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구상하는 반봉건적 체제를 지향합니다. 이러한 계몽주의는 인간을 단순히 의식계몽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의 본원적 가치와 능력을 존중하는 생활계몽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여기서 계몽주의는 음악과 만나게 되지요.

이 계몽주의의 음악은 모든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즐길 수 있으며 당혹스럽지 않은 음악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단순하고 간결하며 감정적으로 아름다운 것이어야 합니다. 결국 우리는 양식상의 구조를 빙 돌아서 감정과다양식의 시대적 당위성에 도달하게 됩니다. 고전주의 음악이 결국 인간 이성의 근원을 자극하고 감정에 호소하며 단순한 자연의 모방에서 나아가 이성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으로 자리하게 된 과정은 이렇게 정치적 사회적 배경과 맞물리게 되는 것이지요.  

2.도메니코 스카를르랏티(Domenico Scarlatti)의 음악

스카를랏티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과 함께 1685년에 이탈리아에서 태어납니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그의 업적은 다른 두 사람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는 스카를랏티가 비교적 다른 두 음악가에 비해 하프시코드를 통한 건반악기 음악을 주로 작곡하기 시작했고, 당시로서는 음악적으로 조금 낙후했던 스페인의 궁에서 활동했던 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성격이 조용하고 감성적인 겔런트 음악에 관심을 가졌음도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러한 겔런트 스타일의 음악에 대한 관심이 그를 전고전주의 음악가로 인정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의 건반악기작품은 500여곡의 소나타로 알려져 있는데, 거의 대부분을 스페인의 왕녀를 지도하면서 작곡된 것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그의 클라비어소나타는 대조되는 2개의악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이들 내용은 매우 목가적이며 또 기교적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음악의 전반부는 원조의 딸림조나 관계조로 끝났다가 두 번째 악장에서는 여러 번의 전조를 거쳐 원조로 끝이 납니다. 이렇게 악장의 후반을 딸림조로 발전시키는 것이 이후 등장하는 소나타양식의 큰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업적은 매우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발전개념이 음악에서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지요.

과학의 발전은 어떠한 결과물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효용성, 경제성 등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고 그 결과에 대해 다시 새로운 가치가 더해지게 되지요. 그렇게 하다보면 결국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인류는 더욱 가치 있고 효용성 있는 결과물을 산출 할 수 있다는 것이 누적적 과학의 개념입니다만 음악역시 이러한 누적적 과학의 개념이 적용될 수 있음은 음악의 발전과 변화의 과정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3.C.P.E. 바흐(Carl Philipe Emmanuel Bach:1714~1788)의 음악

초기 고전주의 음악가 중에서 CPE 바흐는 사실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음악가입니다. 그러나 그의 부친 J.S. 바흐의 업적을 생각하면 결코 소흘히 다룰 수 없는 작곡가입니다. 그는 20대 후반 베를린의 궁정악사에 임명되었고 50대가 되어 그 직을 다합니다. 그 후에는 북독일의 함부르크 교회음악감독으로 일생을 보내게 되는데 아버지의 업적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시대의 음악을 고안해내는 다리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역시 스카를랏티처럼 감정과다양식에 충실했고 동생 크리스찬 바흐와 함께 북독일 악파를 형성하여 독일이 음악적으로 유럽의 중심으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의 음악적 특징은 반음을 많이 사용한다거나 약박에서 장식음(Portamento)으로 이끈다거나 앞꾸밈음을 장식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특히 일품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전고전주의 음악의 가장 큰 특징으로 특히 하프시코드음악을 통해 우리의 귀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CPE바흐의 음악은 소위 표현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 음악적 표현의 다양화입니다. 음악을 표현하고자할 때 그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음악을 노래합니다. 화성의 갑작스런 변화와 전조, 파우제(Pause)를 자주 사용하는데서 오는 기대감의 확대, 갑작스런 음량의 변화, 즉 스포르잔도(Sforzando:크게 그러나 바로 작게)와 같은 극적인 표현 등이 있습니다.

이 CPE 바흐의 감정적 음악표현방법은 사실 문학적 표현기법인 질풍노도(疾風怒濤:Sturm und Drang)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질풍노도는 당시 독일의 문학운동을 일반적으로 말할 때 쓰는 표현인데 괴테나 쉴러등이 중심인물입니다.

아마 오늘날 젊은 청년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욕구를 표현할 때 이전의 문화예술형태를 급격하게 바꾸어보려는 의도가 있듯이 이당시 젊은이들은 소설가나 시인, 그리고 음악가들이 가지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상상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풀어보려 했던 시도가 이러한 문학운동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한 점에서 CPE바흐는 독일 음악의 중요한 성격을 규정짓는데 공헌하게 됩니다.  즉 그는 고트립 그라운(Johann Gotrip Graun:1703~1771)과 함께 대바흐의 고향 북독일 악파를 보수적인 음악으로 이끌어가는 중심세력이 됩니다.

4.독일의 3대 교향곡 발상지

18세기 들어 음악의 중심지는 서서히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향합니다. 물론 이탈리아 음악이 완전히 몰락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음악사상 주요인물의 등장이 독일로 옮겨지는 것은 분명히 중심적음악의 이동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예술은 경제력과 비례한다고 하지요. 쉽게 말해서 돈이 있어야 예술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 점에서 보면 18세기 독일의 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안정은 문학의 발전과 함께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입니다.

독일은 지형적으로 대바흐나 두 아들바흐의 활동이 주를 이루는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한 북독일 악파가 있고 요한 슈타미츠가 중심이 된 중부독일의 만하임악파가 있으며 게오르그 크르스토프 바겐자일이 중심이 되어 유쾌하고 서정적인 남독일풍의 음악을 이룬 비엔나 악파가 있습니다. 이들 3지역은 종교적으로 루터교에서 가톨릭교로 이어지는 벨트상에 놓여있다는 특징과 보수적인 대바흐의 음악을 고수하려는 보수적인 북부에서 다이나믹을 중시하고 드라마틱한 음향을 중시하여 감정적 양식을 발전시킨 중부로, 다시 비엔나 왈츠를 탄생시킨 즐거움과 서정성의 완성을 강조하는 남부로 이어집니다.

이들 세 지역은 공교롭게도 독일의 전통적 음향과 민족적인 음향을 함께 발전시켜 이후 독일 교향곡의 중요한 근간을 이루게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민족적인 음향은 독일민족의 사색적 이성적 특징과 어울려 교향곡의 발전으로 나타나 기악음악의 발전과 아울러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시기로 나타나게 됩니다. 즉 18세기 독일음악을 빼고서는 서양음악의 근대적 의미에서의 발전은 말할 수 없다고 볼 것입니다. 오늘은 전기고전주의 음악에서 특히 교향곡을 비롯한 기악음악을 말씀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