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오키나와 한·일 음악교육교류세미나를 한국에서 다시 생각해 보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들은 16세기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수없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여 양민을 살상하고 재물과 문화재를 수탈해갔다. 1945년 일제로부터 독립한 후 내전을 겪는 동안 일본은 재도약의 산업기반을 쌓았다. 종전이후 이들은 선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들이 어떻게 선진국 대열에 일찍 올라섰는지, 콧대 높은 유럽의 열강들을 제치고 G8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지, 참으로 놀라왔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도 21세기는 인구감소와 산업기반의 노후화로 인해 차츰 늙어가는 일본이라는 선진국병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본의 정치·경제적 어려움은 국민들로 하여금 패배의식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위기감으로 변했고 극우주의자 아베 정권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정치·경제적 환경 속에서 일본의 음악교육정책은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와 위기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일본 문부성과 전일본음악교육연구회(全日本音樂敎育硏究會)의 교육과정과 철학은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일본음악교육연구회의 와 제14차 한·일 음악교육세미나

 

전일본음악교육연구회(全日本音樂敎育硏究會)는 58년의 역사를 가진 음악교육연구단체로 전국의 회장단 및 임원이 150여명, 회원이 2천 여 명이나 되는 방대한 단체이다. 이들은 일본의 음악교사 및 음악교육자들로 유·초·중·고·대학을 망라한 연구와 경험, 학습요령의 공유 및 친교를 목적으로 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교육단체이기도하다. 이들은 또한 세계음악교육협회(ISME)에 일본의 대표단체로 등록되어 국제적인 활동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카운터파트너인 한국음악교육협회와는 매년 상호 방문하여 양국의 음악교육실태를 소개하고 상호간의 경험을 공유하며 친목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올해 일본음악교육연구회의 대회주제는 “이어가는 미래, 음악의 전승, 음악을 통한 인간의 마음”이라는 표어를 제시하였다. 이 들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음악교육은 미래세대를 위한 전통의 계승과 음악의 정서를 인간성 교육의 주체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그들의 학습지도요령을 보면 첫째 “풍요로운 정조를 키워가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음은 바로 청소년들의 올바른 정서를 회복하고 인간성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목표에서 그들은 소리나 언어를 매개체로 음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끼고 듣고 공유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둘째, “이어가는 미래”의 의미는 음악을 사랑하는 심정과 서로 협동하여 새로운 것을 창출한고자하는 힘을 기르는데 있다. 일본인들 특유의 단결과 융합을 목표로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고 발견해 나가고자 하는 창조정신이 음악교육의 역할임을 자각하고 교사들이 이에 앞장서서 나가자는 의미가 들어 있다. 세 번째, 음악교육의 궁극적인 모습이 정서적 인간성 고취와 이를 토대로 한 창조적인 정신의 활성화에 있다면 아동은 음악교육을 통해 스스로 주체적으로 음악적 소리와 가사의 의미를 통해 직접 표현할 줄 아는 재능있는 아동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창조성과 주체성 그리고 전통과 계승을 강조한 이번 오키나와 대회는 우리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이들은 초등, 중등, 고등, 대학부로 나누어 주제를 제시하고 토론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 구체적인 학습요령을 보면 초등부는 친구들과의 교제를 통해 서로를 격려하고 정서를 함양하는 음악표현을 강조한다. 교사는 음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음미하고 감동할 줄 아는 아동으로 성장시킨다. 중등부에서는 음악을 전하고 키워가는 마음을 전수하고 이를 학교교육에서 유도해 가는 교육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느껴진 음악, 감동한 음악을 서로 이해하고 공유하는 음악으로 성숙시킨다는 것이다. 고등부는 음악을 성숙시키고 키워나가는 세상으로 만들어 미래 성인으로 사회에 진출하여 창의성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기를 목표로 하였다. 대학부에서는 음악교육이 미래 일본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소주제를 제시하였다, 일본음악교육정책과 방향을 설정하기위한 교육철학적 접근을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초·중등음악교육의 목표가 통합대회 주제로 채택된 배경에는 오늘날 일본의 음악교육이 젊은이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과 외면으로 인해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다.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왜 학교음악교육이 존재해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학습지도요령을 통해 음악의 요소, 조직과 구성을 지각하고 느끼는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음악과 인간의 본질적 관계를 다시 살펴보자는 생각에서이다. 사람이 음악을 듣고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음악을 듣고 감명을 받는다는 것은 음악이 사람의 마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에 그들은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인간이 음악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하고 스스로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며, 음악은 항상 그들 곁에서 위로하고 공감한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이러한 생각이 일본음악교육의 현재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의 음악교육의 바탕에는 이러한 풍요로운 인간의 감성과 미적 감동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미래를 책임지는 아동의 정신적 성장에 중요한 책임을 지고 이에 대처하는 자세를 갖도록 강조한다. 이러한 책임을 완성하고 키워가기 위해 그들이 제시한 3가지 행동요령을 보면 학습자 스스로에 의한 창조적 음악교육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첫 번째 과제는 아동 스스로가 주체적이고 협동적인 학습요령을 연구하는 것이다, 학습자 스스로가 협동하여 학습목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교사는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두 번째 과제는 학습자들이 음악학습과정을 통해 창조적인 표현과 감상의 능력을 육성하고 이를 위한 언어활동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어활동이란 가사와 시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고 그 내면의 감성을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학습지도에 도움이 되는 평가방법에 대한 연구이다.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닌 독창성과 감성이 돋보이는 예술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연구회 회원들은 이러한 행동요령을 두고 서로 연구하고 토론하며 직접 참관하는 수업을 통해 공유하고 있었다.

 

 

글:송진범PhD (경기대학교대학원 객원교수, 한국음악교육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