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음악과 삶2

1.바흐의 음악과 신앙

바흐의 음악에서 기독교 ‘신앙’을 제외하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그는 일생을 통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과 음악을 만드는데 정성을 다했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바흐의 신실한 신앙심을 알아봤는데요, 오늘은 그의 다양한 기악곡 형식을 통해 이러한 신앙인의 자세를 볼 수 있는 일화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바흐의 작품 중에서 ‘코랄프렐루드’라는  형식이 있습니다. 이 형식은 1708년 그러니까 바흐가 23세 되던 해부터 32세가 되는 1717년까지 바이마르와 쾨텐 성당의 악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만들어진 음악입니다. 이 시기의 바흐는 악사장으로서 주어진 책임을 성실하게 완수하려고 노력했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에서 불우하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부지런하게 맡은 일을 다 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들 어린 학생들이 오르간연주가 어렵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여 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교본을 만들어 가르쳤는데, 이것이 오늘날 피아노를 치는 학생들의 필수 교재인 ‘바흐인벤션’입니다. 이 피아노곡집은 2성부와 3성부, 그리고 “신포니”로 구성되어 쉬운 곡에서부터 점차 어려운 곡으로 수준을 높여 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러나 화성적인 음악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 이 대위법적인 연습곡은 재미있으면서도 매우 어려운곡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이 ‘코랄프렐루드’의 특징은 선율이 돌림노래형식으로 진행되며 각 선율들은 정교하고 세련된 장식음들로 연결되어있어 이 장식음들의 연주기법만 연구해도 학위논문을 몇 개 쓸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바흐가 얼마나 신앙심이 깊었는지는 지난시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특히 가사와 건반의 진행을 절묘하게 표현하는데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독일어 가사에서 “Durch Adams Fall”이라는 표현은 “아담이 지옥으로 떨어져”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이때 오르간의 패달음(저음부)은 하향진행(下向進行)을 함으로써 이브의 유혹으로 죄를 지은 아담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형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내성부(內聲部)들이 반음으로 오르내리며 서로 교차 진행하거나(Stimmtausch), 반대로 진행하는(Retrograde)등의 방법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섥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때의 이러한 반음진행은 뱀이 꾸불꾸불 기어 다니는 지옥의 형상을 음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이러한 표현을 정교하게 그려내는 데는 바흐 특유의 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애정을 통해서 가능해지는데, 이를테면 독일어의 “Lange”란 단어는 “긴”이란 뜻을 가진 형용사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두 음절로 되어있는데, 첫 번째 음절 “랑~”은 길게 발음하게 됩니다. 반면에 두 번째 음절인 “에”는 짧고 간결하게 발음합니다. 이러한 “랑~에”라는 발음의 특징과 “길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결합하여 가사의 전달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능력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음절과 가사의 발음까지 고려한 바흐의 작곡 의도는 오늘날  작곡가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2.바흐의 클라비어음악
바흐의 클라비어 음악은 오늘날 Prelude, Fantasia, Toccata, Fuga, Suite, Variation 등으로 분류하는데, 이 음악들은 1710년경 주로 쾨텐의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작곡한 것입니다.  바흐는 이미 25세에 이런 다양함 음악에 정력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무엇보다 이런 음악은 한낮 북독일 지방 특유의 어둡고 침울한 색채에서 벗어나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음악적 특징을 혼합한 소위 국제적인 음악으로서 모든 이들에게 칭송받는 계기가 됩니다. 지난시간에도 언급했듯이 바흐의 음악은 비발디나 알비노니, 그리고 토렐리와 코렐리 ‘북스데후데’ 프랑스지방의 륄리와 라모 같은 음악가들의 작품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섭렵할 수 있는 기회를 어린 시절 가졌으며 이러한 경험은 후에 다른 국가의 특색을 독일적인 것과 접목시키는 좋은 영양이 되었습니다. 사실 바흐는 죽을 때까지 독일 밖을 나가보지 않은 음악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러한 그가 국제적인 음악가로 칭송받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토카타란 형식은 원래 영어로는 “To Touch”즉 “건드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건반을 스치고 건드리며 연주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지요. 이 토카타는 실제로 즉흥적인 형식으로 자유롭고 뛰어다니듯이 바쁘게 움직이는 여러 선율들과 복잡한 장식음들로 화려하고 장엄한 음악형식입니다. 흔히 토카타는 푸가와 함께 연주되어 자유로움과 정교함을 함께 경험하는 놀라운 음악입니다. 즉, 전반부에서 건반은 매우 바쁘고 자유로우며, 힘차게 뛰어다닙니다. 그러나 후반부인 푸가에서는 정교한 선율들의 흐름이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진행함으로써 그 완벽한 음들의 조합에 경탄을 지르게 하는 음악입니다.

3.바흐의 세속음악
바흐의 음악중에 세속음악 즉 종교적 의미가 적은 작품들은 1722년 바흐가 쾨텐의 궁정악사로 활동할 무렵입니다. 아무래도 궁정에서 화려한 귀족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려면 그들을 위한 댄스음악이나 우아하고 화려한 클라비어 음악 그리고 그들 귀족들이 아마추어이지만 전문 음악가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합주소나타 등이 있겠지요. 바흐의 연습곡(Etude)은 연습곡이라 하지만 사실 그 기교의 화려함이나 예술적 표현방법 등으로 오늘날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필수적인 독주회 레퍼토리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이 연습곡은 클라비어의 건반을 평균율로 만들어 모든 조의 전이가 가능하도록 작품의 기법이 과학적으로 짜여져 있어 많은 연주가들의 도전적인 음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곡은 본인도 무척이나 관심이 있었는지 1740년경 까지 이 곡을 보완하고 편집하여 재출간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바흐의 클라비어 작품 중 또 중요한 형식은 모음곡(Suite)입니다. 이 곡 역시 쾨텐에 거주 할때 주로 작곡된 것으로 4개의 표준화된 댄스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큰 특징 입니다.이 시기는 궁정악사로 지낼 때 이므로 귀족들의 춤을 유도하기위한 예쁜 춤곡이 많이 필요했겠지요. 이를 위해 모든 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그들 여러 나라의 민속 음악을 춤곡형식으로 모아 놓은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보통 4개 (6~8개도 있지만)정도로 된 모음곡은 첫 번째로 “알레망드”라 하여 독일 민속 음악으로 된 춤곡으로 2박자로 된 악곡입니다. 이곡은 모통 8분 혹은 16분음표의 약박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나오는 화려하고 장중한 귀족들의 춤을 연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이 곡이 끝나면 두 번째는 프랑스 민속춤곡으로 흔히 “쿠랑트”라고 합니다. 3/2박 6/4박 단위로 된 3박자 계통의 곡으로 짧은 약박으로 시작합니다. 다음은 “사라반드”라고 하는 스페인 풍의 민속 춤곡입니다. 느린 템포의 3박자 계통의 춤곡으로 장중하고 묵직한 그러나 우아하고 세련된 민속춤곡이지요. 네 번째로는 “지그”라고 하여 영국적인 민속춤곡으로 3박자계통의 우아한 곡입니다. 바로크 후기의 모음곡으로는 항상 맨 마지막에 등장하여 화려한 무도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밖에 변주곡(Variation)이라는 형식이 있습니다. 글자그대로 어떤 주제를 여러 가지 형식 예를들면 리듬을 다양하게 변화한다거나, 멜로디를 변화시킨다거나 하여 원래의 주제를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시키는 방식인데, 이는 말년에 작곡된 “Goldberg Variation”이나 음악의 헌정(Musikalisches Opfer), 그리고 푸가의 기법(Die Kunst der Fuge)등이 유명합니다. 오늘은 바흐의 교회음악과 세속음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바흐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음악의 헌정에 얽힌 사연들을 알아보면서 바흐의 성악음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