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교인 여름 수련회를 다녀와서

이 재 철 집사

1. 들어가는 글

(1) 이번에도 나는 갈까 말까 망설였다. 몸도 아프지만 문제는 숙소였다.
2인실은 많지 않은데 수요는 많으니까 결국 연장자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나처럼 장로도 아니고 나이도 어중간하면 이럴 때 확실하게 뒤로 밀린다. 그래도 순종하는 마음으로 22인실을 신청하고 접수증을 받아 왔는데 마침 어르신 한 팀이 2인실 예약을 취소하시는 바람에 겨우 차례가 왔다. 행사부 부원들에게 여러 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2) 행사부 모든 분들이 수고를 하셨지만 나는 부장인 김영식 집사에게 기대가 있었다. 이분이 작년 재작년 2년 동안 초등 2부 부장을 했었는데 내가 옆방(초등부 3부)에서 보면 초등 2부가 여러 가지 이벤트로 늘 활발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김 집사님은 내 기대보다 훨씬 더 잘하셨다.

2. 본 론

(1) 이번에 나는 개인 출발을 했기 때문에 출발 상황을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중에 들으니 잘 했다고 한다. 잘했다는 건 이런 거다. 우선 야구장 건너편에 버스가 서 있으니, 누구 한 사람이 밖에서 고정적으로 있으면서 탑승을 안내한다. 그리고 안내에 따라 버스를 타면 전담 안내원이 다시 버스 안에서 안내한다. 그리고 버스가 차면 우선 출발한다.

떠나기 전부터 이 내용을 얘기하고 부탁했는데 잘 했다고 한다. 버스 이동 중 안내자들끼리 현 위치나 상황을 단톡으로 주고받으면 더욱 좋다.

(2) 나는 첫날 12시쯤 도착해서 12시 30분경에 점심 식사를 했다. 보통은 식사때마다 메인 메뉴가 있는데 점심의 메인은 계란후라이였다. 좀 이상했지만 맛있게 먹었다. 나중에 들으니 처음에는 생선이 나왔는데, 식수 인원이 예상했던 400명을 초과하여 490명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방에서 비상대책으로 계란후라이를 했던 것이다.

봉사부는 이 상황이 힘드셨겠지만 여기를 칭찬해야 한다. 큰 행사에서 밥이나 반찬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야외에서 그러면 대처가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 봉사부와 수련원 주방 사이에 잠시 불편이 있었지만 원만히 해결했다. 이렇게 하기 참 어려운 거다. 추가 밥과 추가 반찬이 뚝딱 해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당에서 우리 교회 봉사부의 친절하고 신속한 배식이 무척 좋았다. 일단 식사를 하고 나오니 훌륭한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3) 8일(목) 1시 30분부터는 패널들과 박 목사님을 모시고 “이사야 읽기”라는 박 목사님 책에 대해 북 콘서트를 했다.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핵심 내용을 요약해본다.

이사야 6장에서 이사야는 선지자로 부름을 받는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사야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신다. 네가 전해도 백성들은 깨닫지 못할 것이다.

때가 차서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께서 어느 날 큰 무리를 가르치시면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설교하셨다. (마13장) 표면적인 내용은 이랬다. 말씀이 옥토에 떨어져야 많은 결실을 맺는다.
그랬더니 제자들이 나중에 물었다. 예수님 그렇게 쉬운 걸 왜 비유로 말씀하십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것은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며 들어도 듣지 못하며 깨닫지 못함이니라, 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이사야 6장의 예언이 성취되었다고 하신다.

무슨 말씀이었을까? 당시 제자들도 이 말씀은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것이었다.

너희는 씨가 옥토에 떨어져야 많은 결실을 맺는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뿐이다. 나는 생명 자체이다. 내가 씨가 되어 너희들 이라는 밭에 떨어지면, 그 밭이 어떤 밭이든, 너희는 생명을 얻고많은 결실을 맺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너희들을 옥토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너희가 복된 것은, 너희는 생명인 나를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핵심 내용이 있다.

아사야를 정리하면 3개의 세계관으로 요약할 수 있다. 1차적 세계관은, 세계는 율법으로 다스려진다는 생각이며 그래서 잘하면 칭찬을,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고 믿는다. 2차적 세계관은 세상은 그런 잘 잘못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은혜라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음을 믿는 것이다. 잘못했어도 아무런 조건 없이 벌 대신 용서가 주어지는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3차적 세계관은 은혜만으로는, 우리는 하나님 마음에 드는 세상을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직접 개입하셔서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허락하시고 마음껏 좋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기를 요구하고 기다리신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명예다, 라고 하신다.

물론 1차적 세계관이 주는 경험 없이 2차적 세계관을 바로 마주할 수는 없고, 2차적 세계관을 겪지 않고 3차적 세계관으로 바로 가기는 어렵다. 이것이 이사야에서는 한 개인에게 또는 민족에게 시간순으로 나타났지만, 예수님이 오신 이후 교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러한 세계관은 반드시 시간순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1차적 세계관에서 머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2차적 세계관을 통해 은혜를 받고 구원을 얻었다. 어떤 사람은 3차적 세계관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지혜로 각자에게 알맞는 세계관을 허락하신다. 또 3개의 세계관을 복합적으로 가지게도 하신다.

(4) 최태준 목사님의 특강이 끝나고 열린음악회가 있었다. 이재철 집사의 땡벌로 시작한 음악회의 두 번째 순서는 김철홍 집사였다. 김 집사는 남진의 어머니라는 노래의 가사를 바꾸어 불렀는데 많은 이들이 즐거워했다. 교인들로만 구성된 로페카 합창단의 훌륭한 발표도 뒤를 이었다.

(5) 둘째 날(9일) 오전은 김성욱 목사님의 특강이 있었다. 동방박사와 별에 관한 연구라는 매우 특이한 제목으로 강의하셨다. 나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 그래도 정리해 보면 동방박사와 그들을 인도한 별은 하나님께서 오래전에 준비해 놓으신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에 즈음하여 그 일이 있었다는 결과만 알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아주 오래전 준비하신 일이고 그 준비하신 일이 하나님의 때에 보여졌다는 것이다.

(6) 단체 사진 촬영이 있었고 오후에는 취미교실이 있어서 여러 교우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에 있었던 남포 뮤직홀. 여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주로 우리 교회 교인들이고 몇 분은 초청해 온 음악가들이었다. 우리가 아는 노래, 또 모르는 노래,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 정말 음악으로 하나가 되었던 밤이다.

찬송가, 복음성가, 또 클래식과 가요가 다 좋았다.

나 개인적으로는 쇼스타비치의 곡을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한 곡이 제일 좋았다.

또 교인들 특히 중년들로 구성된 새벽이슬이라는 합창단도 노래를 했다. 너무 잘해서 앵콜을 했더니 두 번째 노래는 남일해의 빨간 구두 아가씨를 했다. 노래 도중 정말 빨간 구두 아가씨가 무대로 나왔다.

알고 보니 남자 집사님이 여장을 하고 빨간 구두를 신고 나왔다. 배를 잡았다. 이 아가씨가 너무 빨리 들어가 버려서 조금 아쉬웠다.

(7) 경품추첨은 아주 잘 했다. 작년보다 상품의 숫자는 적었는데 상품의 질을 매우 높였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85만원 상당의 핸드백이 최고가였는데 당첨자가 발표되자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이날 최고의 상품은 사모님께서 내놓으신 유화 한점이었다. 파도와 바위가 있는 바다를 그리셨는데 몇 년 동안 그리신 것이라고 한다. 감사한 일이다.

작년에 1시간 반이나 했던 추첨을 이번에는 40분 정도에 끝냈고 맨 마지막 교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다시 나와 마무리를 해서 더 좋았다.

당첨된 사람의 전자제품은 택배로 집에까지 보내 주는 서비스를 곁들였다.

(8) 셋째 날(10일) 박 목사님이 주관하신 예배에 은혜가 넘쳤다.

여러분이 기도를 할 때, 여러분은 무엇인가를 구하지만, 사실은 기도의 응답은 여러분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다.

이론을 정리하고 말씀에 대한 이해가 깊어도 행동하지 않으면 여러분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인사 잘하고, 잘 웃고, 좋은 표정 지어라. 좋은 말해라.

(9) 교회로 출발 하는 것까지도 잘 되었다. 버스가 차면 바로바로 보낸 것도, 행사부 부원들이 끝까지 남아 승하차 안내하고 교통정리 한 것도 아주 좋았다.

3. 결 어

(1) 이번 수련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에 대해 이유를 찾자고 하면 엄청 많을 것이다. 그중 첫째가 무엇일까? 박 목사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기 때문이다. 의아하게 들리는가? 한 집안이든, 한 단체이든, 한 국가이든 제일 높이 계신 어른이 자리를 지켜 중심을 잡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며 모든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2) 행사란 무엇일까? 엄청 세밀하게 많은 것을 준비할수록 참가자는 편하고 행사는 잘 진행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행사는 언제나 돌발상황이 있으며 여기에 대처할 준비된 팀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행사는 외로운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던 현장에서 모두가 떠나도 행사팀은 남아서 뒷정리를 해야 한다. 어떨 때는 힘에 겨운 정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까지 잘 돌아갔는지를 챙겨야 한다.

그 후 긴장이 풀어지며 찾아오는 허탈감. 그것이 행사이다.

아니다. 허탈감도 잠시. 해냈구나 하는 만족감과 자부심은 오래 간다.

특별히 이렇게 전문행사 요원이 아니었던 우리 남포교회 집사님들, 권사님들에게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