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성탄절(마1:18~:25)

2017. 12. 25(월)
박영선 목사

1. 들어가는 글

(1) 한 10년쯤 되었을까, 아니면 좀 더 되었을까? 그날도 성탄절이었다. 그때는 지금보다도 교인수가 더 많아서였을까? (잘 모르겠다) 지금도 한번만 드리는 성탄절 예배 때는 자리전쟁이 심하지만 그때는 더 그랬다.

(2) 나는 주일 박 목사님 설교를 들으러 올 때면 꼭 한번 생각해 본다. 오늘은 무슨 말씀을 하실까? 이 궁금증은 다양하다. 성경 본문에 대한 것이거나 인물에 대한 것이거나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거나에 상관없이 박 목사님께서는 어떻게 말씀하실 지가 궁금하다. 실례가 되지만 매우 재미있게 궁금하다.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주일설교를 통해서 나를 실망시키신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조금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날 은 있었습니다.) 지난 22년 동안 나는 주일 아침이 매번 기다려졌고 이것은 누가 쉽게 빼앗을 수 없는 나만의 기쁨이다.

(3) 물론 그 성탄절 아침에도 나는 6명 꽉 차게 앉았지만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목사님은 처음부터 본문과는 관계없이 그야말로 뜬금없이 박동준 목사님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다.

박동준 목사가 내가 다녔던 미국 신학대학원에 입학시험을 볼 때의 얘기다. 학장님은 매우 너그럽고 자비가 넘치는 분이었기 때문에 박동준 목사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듣기(hearing)와 말하기(speaking)만을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미스터 박, 루돌프 사슴코 라는 성탄절 찬양을 아시지요? 네 잘 압니다. 그 찬양의 가사 중에서 “d” 로 발음이 되는 단어는 몇 개나 될까요? 인자한 학장님은 덧붙이셨다. 예를 들어 brightened(밝게 했다)라는 단어에도 d발음이 하나 있는 것을 아시겠지요?
박동준 목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그리고 매우 진지하게 대답을 준비 했다. 마침내 박동준 목사가 대답했다. 모두 218개입니다. 너무나 놀란 학장님은 박동준 목사에게 다시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을 수 가 있지요? 박동준 목사는 학장님 앞에서 직접 노래를 하면서 d발음 나는 단어를 손가락으로 세기 시작했다.

디디디 디디 디디 디디디디디디디~~~~

너무나 순수했던 박동준 목사님은 루돌프사슴코를 영어로는 불렀는데 가사를 모르니 그냥 평소 아는 데로 디디디로만 불렀다. 여러분도 한번 그렇게 부르면서 세어보시라 후렴까지 하면 디가 200개는 넘는다.

(4) 본당에 있던 남포교회의 모든 성도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정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물론 전부가 농담이었다. 박 목사님은 그 뒤 몇 마디만 더하시고 축도로 성탄절 예배를 끝내셨다. 내 평생 가장 은혜를 많이 받았던 성탄절 설교였으며 가장 내 예측과 다른 설교를 박 목사님은 그날 하셨다.

2. 설교내용

가. 서론

(1) 기독교 신앙을 대표하는 두 가지의 고백이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 하셨다 하는 것과 예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 하는 것이다.

(2) 예수께서 처녀에게서 낳으셨느냐 아니면 그냥 여자에게서 낳으셨느냐 하는 것은 오늘날까지도 신학적인 논쟁으로 남아있다.

나. 이사야의 예언

(1) 본문은 기원전 8세기에 이사야가 유다 아하스 왕에게 했던 예언이다. 남 왕조 유다는 북 왕조 이스라엘과 지금의 시리아지역에 있는 아람등 두 나라를 동시에 대적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 아하스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하여 국제 외교적 방법이나 군사적 방법을 모색할 뿐 하나님께 이 문제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사야를 보내서 이 두 나라는 곧 망한다. 너희는 그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너희가 해야 될 걱정은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는 것이다. 너희는 나라의 운명이 하나님 손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이사야를 통해 예언을 주신다. 이사야의 예언은 처녀가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을 것이며 이 아이들이 철이 들기전에 위의 두 나라는 망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적어도 20~30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3) 이 예언이 신약에 와서는 느닷없이 애를 낳을 수 없는 처녀가 결혼전에 애를 낳게 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구약에서는 시간상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하여 이사야의 예언을 통해 알려 주신 내용인데 신약에서는 애가 먼저 태어남으로써 시간이 역전되었다는 문제에 우리는 부딪치게 된다.

다. 예수님의 탄생

(1) 역사가 가졌던 시간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즉 구약에서 예언한 일이 신약에서 성취되었으나 시간이 역행했다는 사실은 시간이란 하나님 손에 있다 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하나님 손에 있다는 것의 뜻은 결국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대로 된다는 것을 넘어서서 세상일이란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것이 순리이지만, 하나님께는 결과가 먼저 있고 원인이 결과 후에 진행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정녀 탄생이다.

(2) 죽은 자가 부활한다. 또 시간이 거꾸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것이 기독교다. 왜 그런가? 하나님은 창조의 하나님이며 부활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들며 그 있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실 뿐 아니라 있는 것과 그 가치가 모든 방해와 시험을 이기고 승리하게 하신다.

(3) 죽음은 멸망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부활로 그 죽음을 더 나은 생명으로 거듭나게 하신다.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다우심에 대한 고백이고 기독교 신앙의 질서이다.

(4) 이러한 이해가 왜 필요한가? 우리의 인생이 그렇기 때문이다.(롬5:8) 우리가 예수를 믿거나 찾거나 필요를 알지 못했을 때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셨다. 결국 우리는 태어나기도 전에 구원받은 사람들이다.

(5) 구원받은 후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아담의 실패한 후손으로 가게 하시고 죄인으로 태어나게 하신다. 그리고 중간에 예수를 믿게 하신다.
우리의 운명을 2000년 전에 확정 시켜놓고 마치 우리가 아담을 대신하는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모르고 감각이 없고 필요를 구하지 않고 자기 길로 가는 인생을 시작하게 하시지만 예수를 만나게 한다. 예수를 만나서 믿는다, 못 믿는다에 휩싸여 갈등하면서 예수를 믿는 게 무엇인가에 대하여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이야 말로 모든 신자가 겪고 있는 일이다.

(6) 이에 대해 성경은 끝없이 얘기한다. 이 순서를 기억해라 너희는 예수로 인해 하나님과 화목 되었다. 화목 되었으니 그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자가 되었다. 그리고 환란이 나 온다. 환란, 인내, 연단,소망의 과정을 겪는다. 순리적으로 보면 환란을 견디고 합격점을 받고 보상을 받는 것이 옳은 순서이다. 왜 우리의 현실은 왜 안 그런가?

(7) 성경은 이 설명에 앞서 우리의 운명을 먼저 얘기한다.(롬8:28) 아버지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지 못한다고 확인한다. 이렇게 결국이 정해져 있지만 뒤집어서 우리보고 인생을 살아내라고 한다. 그 인생은 환란이 된다. 이 문제는 항상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는 여기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8) 왜 우리는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시작을 살아야 하는가?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히5:8) 아들이시라도 받은 고난을 통해서 온전하게 되셨다. 아들도 시간과 공간과 제한 속에서 구체적으로 순종하여 완성에 이르게 하신다. 순종으로 뚫어야 하는 고난의 과정을 가게 하신다. (행4:12) 다른 이름으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 다른 방법은 없다.

라. 결어

(1) 걱정 말고 예수께서 가신 길을 따라 와라. 사망과 죄가 폭력으로 위협하는 현실을 통과해라. 하나님은 만사형통의 길보다는 더 큰 공포와 의심과 절망과 비겁함 속에서 우리가 그것 들을 직면하여 극복하는 것을 원하신다. 십자가의 도가 믿지 않는 자들 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믿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지혜이기 때문이다.

(2) 하나님은 우리를 키우신다. 우리의 원망과 불만 우리의 분노가 일을 한다고 하신다. 어디에서? 우리의 일상에서 그렇게 된다고 하신다. (엡5:15~18) 도덕적 판정을 요구 하시지 않는다. 너희의 일상을, 너희의 자리에서 24시간을 꽉 채우고 살아라. 지혜를 가지고 분별하고 시간을 아껴라. 이 시간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회이며 방법이며 요구하시는 것이다. 즉 임마누엘이다. 함께 통과하자고 하신다.

(3) 그러나 우리는 바보가 되어도 좋으니 평안하게만 해 주세요 라고 기도한다. 우리가 한심하게 여기는 그 임마누엘이 일을 한다. 주께서 오시고 우리의 인생을 살게 하시며 그 과정을 명분이나 이해로 두지 말고 너의 실존이 되게 해서 너의 실력이 되게 하라고 하신다.

(4) 도망가지 말고 겪어라. 우리는 각각이 하나님의 최고의 작품이다. 끊어진 시간을 가지려 하지 말라, 때우려 하지 말라. 예수께서는 성육신의 길을 직접 갔다. 각각의 인생에 하나님의 기적이 있다.

3. 에필로그

(1) 물론 박 목사님께서 매번 박동준 목사님 얘기 같은 그런 유모어나 조크를 가지고 설교하시는 건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내용이 없었던 그날 설교에서 교인들은 매우 즐거워했고 서로에게 밝은 표정과 미소를 나누었을 뿐 아니라 모든 교인이 하나가 되었다.

(2) 박 목사님은 평소에 농담처럼 설교를 잘 알아들으려면 우선 먼저 기초상식과 인문학에 대한 수준이 높아야 된다고 하신다. 잘 들으면 박 목사님의 이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임을 바로 눈치 챌 수 있다. 목사님은 평소 설교 때에도 영화얘기를 자주 하신다. 벤허, 쇼생크탈출, 밴드 어브 부라더스, 라이언일병 구하기 등등. 영화 얘기만 해도 우리가 따라가기는 벅차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도 좋아 하시고 비디오 등으로 자주 보신다.

(3) 인문학 보다는 신학이 깊이가 깊지만 인문학이 신학을 이해하고 깨달아 가는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이상하지 않는가? 성경을 더 열심히 보라고 하시지 않고 매달 한 권씩 도서를 추천할 때 기독교 서적이 아닌 책도 추천하시는 것이, 하나님은 크고 높고 넓으시다. 우리가 인간과 자연과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지 않으면 우리는 늘 하나님이 우리가 보는 만큼뿐이라고 착각한다. 눈을 넓혀서 하나님을 더 많이 알고 더 이해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인문학 공부이며 그래서 폭 넓고 다양한 독서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4) 시간이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결과가 먼저 있고 원인이 결과 후에 진행 될 수 있다고 한다.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이나 신자의 구원이 2000년 전에 완성되었다는 것은 위와 같이 시간이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고 하니 그렇다고 치자. 조금은 이해가 가니 말이다.

그럼 가장 관심이 있는 내 인생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나는 오래전에 구원받은 존재가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를 죄인으로 태어나게 하셨다. 그리고 고생 고생하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하셨다. 그때 나는 내가 하나님과 화목했으며 이 화목은 2000년 전에 이루어 진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평안이 왔다.

택도 없는 소리다. 그리고 환란이 왔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환란 속에 있다. 도대체 이 환란은 언제 끝날까?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혹시 죽을 때까지도 환란이 안 끝나는 것 아니냐 구요? 설마 그렇게야 안하시겠죠 뭐.) 끝.